[미디어펜=이희연 기자]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재차 일축하며 대선 완주 의지를 다시 한번 확고히 했다.
심 후보는 '주 4일제 로드맵', '신노동법 비전' 등 노동 공약을 대거 내놓으며 정의당만의 선명성 부각에 집중하고 있다. 정의당이 그동안의 정체성 논란을 딛고 노동정당으로서의 이미지 회복에 성공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 후보는 지난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당치 않다. 민주당이라는 개혁 열차는 이미 탈선한 지 오래”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재차 일축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1.11.8./사진=연합뉴스
이어 그는 "(여권) 단일화는 양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수많은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배제하는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과거로의 정권교체냐, 미래로의 정권교체냐의 문제이고 단순히 대통령을 한 명 뽑는 게 아니라 다당제, 의회 중심주의로의 전환을 시작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가 연일 여권과의 단일화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는 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창당했던 것을 사과하고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당 선대위에 지시하는 등 심 후보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15일 오전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위성정당은 단기적 이익은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론 손실이 된다. 민주주의 체제를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우리가 주도해 위성정당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소수정당들이 자기 의사 표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에도 이 후보는 박찬대 수석대변인을 통해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창당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데 대해 당의 후보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민주당이 소수 정당의 정치적 기회를 박탈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피해를 본 정의당을 향한 우회적인 사과로 풀이된다. 또한 이 후보의 지지율이 30%대에 갇혀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심 후보와의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지지율 상승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이지만 단일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위성정당 사과 발언과 관련해 “이 후보께서 하신 사과가 단일화 등 정치 공학적인 계산에서 나온 얄팍한 계산이 아니길 바란다. 그렇게 접근했다면 국민들을 두 번 우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막 던지듯 한 사과 한 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이 사안을 당론으로 해서 하루 빨리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 후보가 이처럼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데에는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심 후보는 당시 정의당 당 대표로서 민주당의 선거제 개편안에 힘을 보탰지만 정작 민주당이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해 진보 성향 표를 대거 흡수하면서 정의당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사진=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제공
심 후보는 이 후보와의 단일화는 절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노동 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의 선명성을 강조하는데 힘을 쏟는 모습이다.
심 후보는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국가비전, 주4일제 로드맵 및 신노동법 비전 발표'라는 제목의 노동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68년 된 낡은 근로기준법은 1000만명에 달하는 ‘일하는 시민들’을 법 밖으로 내팽개치고 있다"며 "‘신노동법’을 통해 대한민국을 ‘당당한 노동선진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고용관계나 업장규모에 상관 없이 모든 일하는 시민들이 ‘일할 권리’, ‘쉴 권리’, ‘단결할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강력한 노동권을 부여하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전국민 주4일제’를 뚝심 있게 추진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는 이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 법상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 노동자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신노동법 비전'도 발표했다.
심 후보는 “70년 전 만들어진 노동법 체제로는 ‘새로운 일하는 시민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어렵다”며 “신노동법 체제는 다수 시민들을 포함하는 ‘정의로운 노동’ 체제로 변화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심 후보가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가 소홀히 하고 있는 '노동 아젠다'를 부각하면서 노동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진보정당으로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의당이 노동정당으로서의 이미지 회복에 성공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