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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근 10년만에 최종예선 원정 승리…'원 팀' 벤투호의 쾌거

2021-11-17 13:49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상당히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새벽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재성(마인츠)이 선제골을 뽑아내고, 손흥민(토트넘)이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넣고, '동생'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마무리 쐐기골을 터뜨렸다.

승점 3점을 얻어 조 2위를 지킨 것도, 이번 최종예선 들어 가장 많은 3골(종전 시리아와 3차전 2골이 최다골)을 넣으며 시원하게 이긴 것도 좋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더군다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이 원정경기 승리를 거둔 것은 근 9년 5개월 만으로 10년이 다 돼 간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전이었던 2012년 6월 카타르 원정에서 4-1로 이긴 후 그동안 5무 4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이번에 원정 무승 사슬을 드디어 끊어냈다.

한국대표팀의 이런 성과는 최종예선 초반만 해도 다소 암울했던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1차전 이라크와 홈 경기에서 답답한 공격 끝에 0-0 무승부로 불안감을 안겼던 벤투호다. 이후 패배 없이 비교적 순항해왔지만 시원하게 이긴 적이 없어 벤투호가 정말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부호는 따라다녔다.

손흥민,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튼) 등 유럽파 공격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이들이 부상 등으로 출전하지 못하거나 컨디션이 나쁠 때 큰 약점으로 부각됐다. '빌드업 축구'만을 일관되게 고집해온 벤투 감독의 경직성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사실 5차전까지만 해도 대표팀은 빌드업을 통해 과정을 잘 만들고도 골로 결실을 맺는 데는 어려움을 겪어 경기 내용이 답답해 보였다.

이번 이라크 원정 승리를 통해 벤투호는 그동안 추구해온 '빌드업 축구'가 드디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집돼 하루 이틀 정도밖에 호흡을 못 맞추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이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있는 대표팀의 특성이다. 선수들이 벤투 감독의 지도 방식과 추구하는 축구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는 했으나, 일관된 전략이 점점 대표팀 전체에 녹아들며 벤투호 고유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다 조직력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선수들의 플레이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아닌, '원 팀'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해진 것이다.

이라크전에서 선수들은 모두 잘 싸웠다. 상대가 볼만 잡으면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펼쳤고, 공격할 때는 볼을 잡지 않은 선수들도 공간을 찾아가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김민재(페네르바체) 황인범(루빈 카잔) 등 기존 핵심 멤버들은 물론이고 황의조 대체선수로 최전방에 투입된 조규성(김천상무), 김영권(감바 오사카) 대신 중앙수비로 나선 권경원(성남)도 제 몫을 해냈다. '형님' 정우영(알 사드)의 헌신적 플레이, 윙백들의 과감한 공격 가담과 수비로의 빠른 전환 등 나무랄 데가 없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벤투호가 '원 팀'으로 뭉쳐 있음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 정우영의 쐐기골이었다. 손흥민이 발재간을 뽐내며 상대 수비를 제친 후 반대편에 있던 황희찬에게 패스를 했다. 황희찬은 수비 방해를 받는 것도 아닌데 지체없이 가운데 있던 정우영에게 연결을 해줬고, 정우영이 골로 마무리했다.

흔히 말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넘어선 장면이었다. 정우영은 후반 교체 투입돼 흔치 않은 A매치 출전 기회를 잡았는데, 앞선 손흥민의 페널티킥 때 결정적 실수를 한 바 있다. 손흥민이 킥을 하기 전 먼저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는 바람에 손흥민의 골이 취소되고 다시 킥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만약 손흥민이 두 번째 킥에서 실패라도 했다면 정우영은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슛 기회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황희찬에게 질 좋은 패스를 해준 손흥민, 충분히 직접 골을 노릴 수 있었지만 후배 정우영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양보를 해준 황희찬, 선배들의 배려를 A매치 데뷔골로 보답한 정우영. 

한국 축구는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다가섰다. 남은 4경기에서 두 경기만 이기면 자력으로 본선행을 확정짓는다. 이라크 원정 승리 과정을 보면 '원 팀' 벤투호는 문제없이 최종예선을 통과할 것 같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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