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하고도 사고 현장에서 "재수가 없었다"며 큰소리친 한 50대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피고인의 반복된 마약 투약 탓에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했음을 재차 주장했다.
17일 연합뉴스는 춘천지방법원 형사1부 심리로 열린 장모(53) 씨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세 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위험운전치사죄' 입증을 위해 사실조회를 신청한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통상 수일에 걸쳐 마약을 투약하면 불면증이 누적돼 극단적인 졸음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설명했다. 장씨가 사고 당시 이 같은 만성 작용 상태에서 운전했음을 밝히기 위해선 전문 기관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변호인은 사고 6일 전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인정됐고, 추가 증거 없이 장씨를 '만성 남용자'로 예단, 사실조회를 신청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이 주장하는 '만성 남용자'에 대한 정의부터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만성 남용자와 단기간 고용량 투약자 간 차이점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구속 만기가 다가왔기 때문에 다음 공판 때까지 사실조회 결과가 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증거는 채택하기 어렵다는 조건 하에 검찰 측 신청을 수용했다.
앞서 장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7시 40분 경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에서 무면허 상태로 스타렉스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길을 건너던 27세 A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충격으로 인해 A씨는 약 27m 가량 날아갔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경찰이 사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장 씨는 길바닥에 앉아 "어휴 재수 없어, 재수가 없었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당국 조사 결과, 장씨가 사고 6일 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지자 검찰은 "사고 당시 장씨가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인 곤란한 상태였다"며 위험운전치사죄 성립을 주장했다. 장 씨는 마약 전과 8회·무면허운전으로 세 번이나 처벌받은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필로폰 투약 시 일반적으로 약 8∼24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점 등을 들어 위험운전치사죄는 무죄라고 봤으나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년형을 내렸다.
장 씨는 판결에 불복해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무죄 판단에 대한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을 내세우며 항소했다. 다음 재판 일정은 12월 22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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