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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감시 졸속 '김영란법'…소송·수사공화국 내몬다

2015-03-12 10:47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자유경제원은 지난 11일 제2차 과잉범죄화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김영란 법’, 과잉범죄화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인가>로 지난 5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 일명 ‘김영란 법’이 야기하는 과잉범죄화 경향에 대해 그 심각성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아래는 이 토론회에서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부정부패는 인류사에서 사라지지 않는 적폐 중에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부패방지를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였고, 관련법과 유관 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감사원은 직무감찰권을 부여받고 반부패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혈연·지연·학연 등 3연 속에서 장유유서와 연공서열 등에 의한 유교적 문화를 바탕으로 부패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인다. 그렇지만 국제화·세계화 속에서 국가의 경쟁력은 공정성·투명성에 좌우되고 있다.

국가의 부정부패는 국제적으로 그 국가의 수준이나 평가척도가 되고 있으며, 국제 투명성기구는 매년 대상국들의 투명성지수를 발표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부정부패에 대하여 형사법에 규정을 두어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법상 뇌물죄는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문제 때문에 날로 지능화되어 가는 부패를 차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일정금액의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하는 김영란법이 등장하였다. 2011년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공직을 오·남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법’의 제정을 제시하였다.

이 법은 국민의 지지 속에서 수정을 거쳐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직무관련성을 요구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정부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되자, 국회 역시 김영주·이상민·김기식 의원 안이 제출되면서 정부안과 같이 심의대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작년 세월호 사건으로 인하여 국민의 관심이 줄어들자 심의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사회 각계각층에서 비난의 소리가 커지자 부랴부랴 법안의 심의에 들어가면서 적용대상의 확대로 인한 논란이 촉발되었다. 법안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진척이 없자 여론의 압박이 심해졌고, 이에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법안을 확정지어 절차를 서둘러 통과를 시켰다.

그렇지만 법이 통과되자마자 위헌시비에 휘말리면서 국회조차도 개정하겠다고 하고, 1년 반 후에 시행될 법에 대하여 이미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도 청구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 11일 개최된 자유경제원 토론회 ‘김영란 법’, 과잉범죄화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인가에 참석한 패널들의 모습. /사진=자유경제원 페이스북

이 법에 관한 국회의 입법과정을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소위 김영란법은 형사특별법이며 반부패특별법이다. 우리나라는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하여 형사법에 뇌물죄에 관하여 여러 규정을 두고 있으며,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공직자윤리법 등을 시해하고 있으며, 대통령 산하에 감사원을 두어 공무원에 대한 직무감찰권을 부여하여 감시하고 있다.

이런 법체계에도 불구하고 부패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자 급기야 빼든 카드가 김영란법이란 특별법이다. 이 법이 시행된다고 하여도 하루아침에 부정부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이를 믿는 국민들도 없을 것이고, 김영란 전 위원장도 법제화가 필요하지만, 이런 법의 존재 자체로 인하여 국민의 의식 속에서 부정 청탁이 사라진다면 법이 추구하는 목적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아무튼 김영란법은 통과되기 이전보다 통과된 후 더 큰 논란에 휩싸인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김영란 법’에서 문제되는 내용

이번에 통과된 일명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란 법률명을 갖고 있으며, 통과될 당시 재석의원 247명 중 228명이 찬성하여 무려 92.3%의 찬성률을 보였다. 이렇게 높은 찬성률을 보인 법률이 통과되자마자 위헌논란에 직면한다는 것, 그것도 국회 스스로 위헌문제가 있다고 자인하는 것은 국민의 입법기관인 국회의 입법과정을 본 것이 아니라 개그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국회에서 법제화된 김영란법은 5장 24개조 및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의 제1조는 목적을 밝히고 있는데, 이를 보면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금지와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금지를 통하여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 보장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가 목적이라고 한다.

즉 이 법의 목적은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 보장을 위하여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금품수수를 차단하겠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확보라고 할 수 있다.

법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동 법은 공직사회의 부패고리를 차단하기 위하여 제정된 특별법이란 점에서 법적용의 대상이 원칙적으로 공직자이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공직자의 범위가 확정되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공직자란 공무원을 지칭하며, 나아가 과거 국가기관이나 지자체기관이었다가 공공기관으로 전환된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의 구성원도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다른 공무원법을 보면 그 대상을 확인할 수 있고, 공적 업무 또는 직무와 관련해서는 그 내용에 관하여 관련법을 보면 그 범위를 알 수 있다.

법 적용의 대상은 법의 취지에 따라 공직사회의 부패일소란 점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국가의 재정이 소요되는 공공관의 경우, 그들의 업무 역시 공무에 준하기 때문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최근 국가재정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비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구성원도 포함시키는 것은 그 신분이나 직무의 성격상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 교육기관의 경우 교육공무원법상 공무원인 경우 당연히 적용대상이 된다.

그러나 사립학교의 임직원은 국·공립학교의 임직원과 동일한 신분보장과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그들은 공무원이 아니며, 교육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지만, 공무원의 신분으로 공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명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6년 10월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결정됐다./사진=연합뉴스

나아가 언론인의 경우 방송법이나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정부가 전액 출자한 한국방송공사(KBS)나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특수한 경우에 속하기 때문에 해당하지만, 다른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경우는 언론의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언론기관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언론관련법에 따른 자체 징계와 형사법의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합법적인 것이다.

이를 김영란법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 자칫 외형적으로 언론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것처럼 비쳐질 것이며, 실질적으로 공직수행자들이 아님에도 대상으로 함으로 인하여 과잉입법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더구나 김영란법은 언론기관의 신뢰확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합목적성도 갖지 못하여 법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김영란법 제5조는 부정청탁의 금지를 규정하면서 부정청탁의 구체적인 예를 15가지로 유형하여 각 법령에 위배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법령에서 금지하는 것을 규정함으로써 당해 법률에서는 특별하게 규정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명확성원칙이 반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형사규범은 가능하다면 직접적인 규정을 통하여 죄형법정주의가 지향하는 바를 실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엇이 부정청탁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서 명확성원칙에 반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 외에도 적용 범위와 구체적인 범죄구성요건에서 명확성원칙의 위배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면 공직자 본인이 신고해야 하는 불고지죄를 두어, 가족을 신고해야 하는 경우 양심의 자유의 침해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공직자나 배우자가 금품을 받으면 본인에게 과태료처분이나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는 벌칙조항이 있는데, 이는 법원칙이며 형사법상 중요한 원칙인 자기책임원칙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더구나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원안이 추구했던 공직자 이해관계 직무수행의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이해충돌방지가 빠져서 반쪽자리 법에 불과하는 등 많은 흠을 안고 제정되었다.

입법기능의 정상화를 위하여

국회는 민주적으로 정당화된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헌법기관이다. 헌법은 국회에게 입법권을 부여하여 국가권력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의 구성된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지만 구속되지는 않는다.

이는 국회의원이 아무리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다고 하여도,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국가기관과 헌법기관은 위헌과 위법 여부를 판단하고 그들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는 헌법에 의하여 주어진 책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스스로 헌법기관임을 포기하고 졸속으로 입법절차를 진행함으로써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국회에게 부여된 입법권은 헌법에 직접 근거한 법률을 제정하는 권한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제한은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오직 법률로써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헌법은 국가의 기본조직에 관하여 자세히는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국가의 조직규범 역시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게 위임하고 있다.

이렇게 국회는 국가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국가권력보다도 자율적 통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법률의 제정에 앞서 그 법률내용의 위헌성 여부를 자체적으로 심사하는 것은 거의 필수적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국회의 행태는 여전히 졸속입법이다.

이번 김영란법은 지속적으로 위헌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많다. 또한 이와 함께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수사기관인 검찰이나 경찰의 역할이 커질 것이고, 잘못하면 수사공화국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이러다보면 수사기관의 본연의 업무가 소홀해짐으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도 있고, 소송공화국이 될 가능성도 많다. 아무튼 초가집에 빈대가 많다고 집 자체를 없애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국회의 졸속입법으로 인하여 법치국가에 흠이 생기고 국민의 불신과 혼란, 갈등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김영란법 제정논란에서 최대 수혜자는 국회의원이라는 소문이 회자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는 스스로 부패를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정으로 손질을 해야 할 것이다.

공직사회의 부패척결과 투명성 제고는 우리 모두의 오랜 숙원이다. 김영란법은 원래의 목적에 따라 원칙적으로 특별법에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 이것이 국회의 책무이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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