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국지엠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를 생산할 가능성이 희박해졌지만, 아직 가능성이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희망을 살리기 위해서는 노사 문제, 시장 생태계 조성 등이 선행 조건으로 꼽힌다.
쉐보레 서울서비스센터 재건축 투시도. /사진=한국지엠 제공
전기차시장 자체가 현 단계에서는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전기차를 신규로 생산해도 비약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지엠 공장들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 노조)에 따르면, 키퍼 부사장은 지난 9일 김성갑 지부장을 비롯한 한국지엠 노조 간부들과의 면담에서 "지금은 중요한 시기로, 전기차 도전의 시기, 기술적 전환기이며, 글로벌 차원에서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국공장이 지닌 생산현장의 우수성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전기차 유치를 위해서는 한국 공장의 경쟁력과 한국 시장이 지닌 매력 등 가치를 인식시켜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노조가 요구한다고 전기차를 배정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생산 단가를 맞출 수 있고, 제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지엠은 고임금 사업장이고, 한국 전기차 시장은 GM의 핵심 시장인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키퍼 부사장이 지난 12일 'GM 미래 성장 미디어 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한국에 1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10종의 전기차는 전량 수입될 것이며,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CUV 이후 한국에서의 추가 제품 생산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못 박은 것에 비하면 노조 측에는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당장 수익성을 내기 힘든 전기차를 배정받는 게 오히려 한국지엠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지엠은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왔으며, 올해 그 기록을 8년으로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흑자전환이 절실하지만, 전기차는 당장 수익에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다. 전기차의 대표격인 테슬라도 자동차보다 별도 수익으로 흑자를 내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GM 본사도 전기차로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GM이 전기차를 생산한다면 적자폭만 키우는 꼴이고, 흑자 전환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지엠으로서는 현재 생산 중인 트레일블레이저와 2023년부터 생산되는 신형 CUV를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론칭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전기차를 배정받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그 시점에는 기술적 원가절감도 이뤄지고, 전기차 시장도 한층 무르익어 전기차 생산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키퍼 부사장이 간담회 당시 "현재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CUV의 성공적 출시가 중요하다. 이들 두 제품이 성공할 때 한국GM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한국GM이 흑자 구조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