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보험업계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이번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실손보험 가입자 수가 3900만명에 달해 국민보험이라고 불리고 있는 만큼 청구 간소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엔 가상자산 등 다른 금융 주요 법안이 산적해있어 또 다음 국회로 공이 넘어갈 수도 있단 지적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소위 안건에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다만 시간 관계상 안건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오는 23일 법안 소위에서도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연내 본회의 처리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재수·고용진·김병욱·정청래 의원과 국민의 힘 소속 윤창현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 법 개정안' 5개가 상정돼 있다. 개정안에선 △보험사에 실손보험 관련 보험금을 청구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토록 한 것 △전문 중계 기관에도 위탁 가능케 한 것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이 요양 기관에 의료비 증명 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전송토록 요청 가능케 한 것 등을 골자로 한다.
현재는 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 서류를 병원에서 발급받은 뒤, 우편·팩스·이메일·스마트폰 앱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늘어나고, 청구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가입자의 불편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와 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 단체가 최근 2년 간 실손 의료보험에 가입한 만 20세 이상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7.2%의 소비자가 최근 2년 내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어도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구 포기 사유로는 '진료 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한 가운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가 4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가 23.5%로 청구 절차가 복잡해 포기한 경우만 70.1%로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또 '실손 보험금 청구 시 전산 청구 시스템이 필요 하다'란 의견도 78.6%에 달했다.
전국민의 76%가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이같은 불편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실손보험이 민간 간의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서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선 가입자들의 금전적·시간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게 된다면 보험금이 더 많이 쉽게 청구되는 구조로 보험사들의 이익을 위한 제도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환자 입장에서 편의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