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범세계적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탄소중립 달성과 사회·환경·지배구조(ESG)경영을 위해, 기업 스스로 '폐냉매'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흔히 프레온가스로 알고 있는 냉매가 오존층 파괴의 위험성으로 사용이 중지되면서, 자동차업계와 가전제품 제조업계는 대체재로 2세대 냉매(수소화염화불화탄소, HCFCs)와 3세대 냉매(수소불화탄소, HFCs)를 사용중이다.
그러나 수소불화탄소는 6대 온실가스로 규정된 지구온난화 유발 물질로, 대기 중에 누출되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kg당 1000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장기간에 걸쳐 발생시킨다.
즉, 냉매는 이산화탄소 그 자체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것이다.
기후변화의 인위적 요인으로 화석 연료 연소와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꼽힌다./사진=미디어펜DB
이에 대해 (재)기후변화센터는 ‘환경데이터 플랫폼 활용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에 잔존해 있는 2세대 냉매와 3세대 냉매의 양은 대략 3만 5000톤이며,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약 6300만톤에 달한다며, 업계 자발적인 폐냉매 관리 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유영숙 기후변화센터장(전 환경부장관)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일본 및 유럽에서는 냉매관련 통합법 제정 및 시행으로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관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냉매관련 제도가 제품별, 물질별로 분산 적용돼 실제 현장에서는 사용자 및 관리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폐자동차의 경우 지난 2019년 폐냉매 등을 포함한 기후·생태계변화유발물질을 폐가스류처리업자에게 인계토록 하는 규정을 포함한 ‘자원순환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대부분의 폐차업체에서는 처리비용 부담으로 인해 대부분의 폐냉매를 대기중으로 방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폐가전제품의 경우도 ‘고압가스’라는 폐냉물 물질의 특성상 처리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018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7만 2760만톤으로, 이 중 냉매가 차지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연 배출량의 약 9%에 해당한다.
냉매는 크게 가전제품·자동차·공조기에 사용되며, 제품에 충전된 냉매는 시간 간격을 두고 제품의 생애주기 내에서 천천히 배출된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자동차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말 기준 2253만대로 이들 자동차에 충전된 냉매량은 1만138톤으로 추정되며, 이산화탄소로 환산시 1317만톤이다.
이 당시의 차량들은 현재 신차로 교체되며 폐차 혹은 수출 처리되고 있다.
앞서 환경부와 현대·기아차는 2013년 초 ‘폐자동차 자원순환체계 선진화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협약해 폐자동차에서 회수된 폐냉매를 소각업체를 통해 파괴처리하거나 정제 등을 통해 재생냉매로 재활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폐자동차에서 회수 처리된 폐냉매는 77톤에 불과했으며, 이는 폐차된 차량 중 법적 회수처리가 돼야 하는 약 69만대의 216톤 냉매 중 불과 35.9%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139톤의 냉매(이산화탄소 환산시 21만5000톤)는 대기로 누출됐다고 계산할 수 있다.
자동차 외 냉매를 사용하는 가전제품인 냉장고, 김치냉장고, 정수기, 에어컨 등의 가정용 온도교환기기의 문제도 심각하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보충용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냉매용기가 110만개에 달하며, 해당 보충량은 냉매 누출로 인한 온실가스 대기 배출량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가정용 냉장고에는 약 176g의 냉매가, 정수기에는 40g의 냉매가, 에어컨에는 1.5kg의 냉매가충전돼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삼성전자는 일회용 냉매용기를 연간 7만8000개 사용하며, LG전자는 6만개, 오텍캐리어는 1만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냉매는 대기 누출 시 바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
2021년 9월 기준 전기전자제품 군별 재활용의무이행 실적./자료 한국환경공단
폐냉매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서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분류하고 있어 배출자는 폐기물관리법 제17조(사업장폐기물배출자의 의무 등)에 따라야 하나, 배출자 신고 후 적정처리하는 업체는 LG전자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서비스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을 통해, 폐냉매 처리업체에 위탁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사용한 폐냉매의 회수 프로세스는 갖추고 있지 않았으며, 가정용 에어컨의 경우 삼성전자와 계약관계가 없는 개별 설치 기사들이 직접 시장에서 구입 후 사용, 실태파악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지텍의 경우 11월부터 냉매처리 프로세스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삼성전자서비스는 11월 말 위탁업체 선정을 목표로, 연내 신규 프로세스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유 센터장은 “한국은 여타 선진국보다 냉매관련 생산 및 소비 규제가 늦은 만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최근의 ESG경영 관점에서라도 기업 스스로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