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은 이해찬 전 대표의 만찬회동을 시작으로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전면 등판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이고 선대위 쇄신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선대위를 책임 있게 지휘할 구원투수가 필요하다는게 이 전대표 등판론의 배경이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의 선대위 역할론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실제 등장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이회찬 두 사람은 지난 17일 여의도 한정식집에서 만찬회동을 갖고 선대위 운영 방향, 부동산 정책 공약, 지지율 문제 등 선대위 쇄신 방향과 정책 공약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해찬 전 대표의 지난 17일 만찬회동을 시작으로 이 전 대표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전면 등판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은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가 11월 8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참석 모습. /사진=민주당 제공
이날은 지난 총선에서 '이해찬호'의 전략을 맡아 압승을 이끌었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 절실함이 안 느껴진다"며 선대위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낸 당일이다.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지난 21대 총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과 그동안의 풍부한 정치 경륜을 들어, 현재 이 후보 선대위가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할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상황실장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당이 가진 훌륭한 자산을 총결집해보자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 역할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며 "그 부분은 선대위와 후보가 판단할 영역"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선대위 전면 등장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당내 인사들과 지지층에서 신뢰를 받고 있지만, 다소 '올드'한 이미지로 중도확장과 미래비전에 대한 상징성은 크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한 이 전 대표의 등장이 자칫 민주당 지도부의 ‘무능과 실패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송 대표가 이르면 21일 선대위원장에서 사퇴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가 민주당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이해찬 전 대표가 선대위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그럴 가능성 없다”고 일축했다,
우 의원은 “등판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당 대표 출신들은 다 캠프 상임고문”이라며 “상임고문으로 등판했는데 뭘 또 등판하는가”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내에서 이 전 대표 등판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두고 "이재명 후보 중심이 분명히 서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박 의원은 1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전 대표도 아마 비슷한 생각일 거라고 본다"며 "다른 누군가가 진두지휘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도 이해찬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를 이끌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유 전 사무총장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선 때는 누구나 중도확장을 시도한다”며 “이 전 대표는 중도확장이 주특기가 아닌데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경선 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며 “조언할 게 있으면 조언해주고 고쳐야 할 게 있으면 고치면 되지 뭘 전면에 나서나”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부터 민주당과 선대위의 대대적 쇄신을 요구하는 상황이라 선대위 쇄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후보는 20일 오전 충남 논산 화지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덩치만 크고 하는 일을 제대로 못 챙기는 선대위와 당 역시 다 다시 시작하겠다”며 “경력·지위·관 다 던지고 오로지 실력, 국민을 위한 충정과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도 선대위 쇄신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양쪽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이 전 대표가 이재명 구원투수로 전면에 등장할 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