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정부의 잇따른 수요 억제책으로 부동산 수요 심리가 위축되고 거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임기 말까지 집값 하락 안정세를 이룰 것을 언급했지만 현재의 관망세가 집값 하락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해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줬다"라며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재차 인정하고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서 질문받고 있다. 2021.11.21./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과거 신년사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첫 공식 사과를 했다. 아파트 등 주택가격 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문 대통령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공급 부족'을 핵심 원인으로 꼽으며 "2·4 대책 같은 것이 조금 더 일찍 시행됐다면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우리 정부 기간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았고 인허가 물량도 많고 앞으로 계획되고 있는 물량도 많다"며 "앞으로는 공급문제가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으며 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 하락 안정세까지 목적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의 잇따른 수요 억제책으로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급감하고 있다.
지난 1월 5796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2월 3876건, 3월 3796건, 4월 3670건, 5월 4895건, 6월 3943건, 7월 4701건, 8월 4190건으로 1월~8월까지 3000~5000건대를 이어가다 9월 2700건, 10월 2156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달 집계된 거래 건수는 256건으로 아직 등록 신고 기한이 일주일 남짓 남은 것을 고려 하더라도 연초에 비해 반 이상 줄어든 상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7개월여 만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100.9)보다 1.3p 하락해 기준선인 100을 하회하는 99.6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의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 이하인 100 이하로 내려가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은 상태를 보이는 것은 지난 4월 5일(96.1)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토지매매 시장 분위기도 식었다. 한국부동산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토지 거래량은 24만5400필지를 기록했다. 토지 거래량 22만 4823필지를 기록했던 지난해 4월 이후 1년 5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서울이 경우 지난 8월 2만 2256필지가 거래되며 지난해 4월(2만1335필지)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거래 절벽은 정부의 대출 규제, 세금 강화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가계부채 증대를 지목하고 강도 높은 '돈줄 옥죄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관행 정착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으며 내년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전세자금 및 잔금 대출 심사도 더욱 까다로워 질 전망이다.
금리인상 기조도 수요 심리를 주춤하게 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담보대출 금리는 3% 후반에서 5% 초중반까지 치솟았으며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3~4%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부동산 가격에 대한 피로감으로 매수 심리가 관망세를 보이자 집값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1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은 지난주보다 0.02%p 떨어진 0.20%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은 지난주에 비해 0.02%p 감소한 0.21%, 지방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은 0.03%p 떨어진 0.18%를 각각 나타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의 경우 지난주보다 상승세가 0.01%p 축소된 0.13%를 기록했다.
초강력 수요 억제책으로 수요 심리가 얼어붙으며 거래가 위축되고 집값 상승폭도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의 관망세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임기 내 집값 하락 안정세까지 목표로 두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수요 심리 위축과 거래 부진이 중장기적인 집값 하락의 전조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하락 안정세라기 보다는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본다"라며 "현재의 수요 심리는 가격이 고점인 상황에서 세금과 대출 규제 때문에 억눌려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여 연구원은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거래가 많이 발생할 여력은 없는 걸로 보이고 수요 공급 측면에서도 하락 안정기까지 이끌 조속한 공급은 어려워보여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상승폭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