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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 인상 유력…취약차주 이자부담 '울상'

2021-11-23 11:13 | 백지현 기자 | bevanila@mediapen.com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8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기준금리 1%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국내 경제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물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 심화되고 있는 금융불균형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제공.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현행 연 0.75%인 기준금리를 1.0% 수준으로 인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통위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지만, 실물경제 상황과 대비해 통화정책의 실질적 완화 정도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물가와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도 이미 시장에 여러 차례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보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저희가 보는 경제 예상에 따라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금리동결을 결정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다음번 회의에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경제 상황의 개선 정도에 맞춰 완화 정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1.25% 수준까지 인상하고, 같은 해 말에는 최대 2%까지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싣는 배경엔 물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이 늦어질수록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자산시장 과열 등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지목된 가계부채는 현재 1800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정부부채와 민간부채가 누적됐고, 양대 위기 극복과정에서 누적된 부채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까지 급증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가계부채 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국내 가계부문과 자산시장에서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면서 "특히 주택가격, 주가 등 자산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황에선 충격의 민감도 역시 상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서두르면 오히려 경기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점진적인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일 발표한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보고서에서 고부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경우 3분기 동안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저부채 상황에서는 경제성장률이 0.08%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봤다. 금리가 오르면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데, 부채가 많을수록 성장률 하락 폭이 더 커진 것이다.

금리 인상이 물가안정과 부채 증가세를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0.25% 포인트 금리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률과 부채증가율 하락폭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민간부채 증가는) 자산 수익률에 대한 기대 등 금리 외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며 "이 경우 금리 인상만으로는 부채 증가세를 단기간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천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인상에 동의하지만 경기 회복세를 고려하면 점진적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리인상이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해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재정·금융 보완책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특히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들의 이자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2조9000억원 증가한다. 0.5%포인트 인상되면 이자부담은 5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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