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거대 야당의 대선 후보 중심으로 흘러가는 대선판에 의미있는 균열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조건없는 만남을 제안하면서 제3지대 정책 공조에 시동을 건 것이다.
심 후보는 22일 국회에서 ‘양당체제 종식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터 제3지대의 공조를 시작하겠다”며 “첫 만남은 안 후보께 제안한다. 이른 시일 내 조건 없이 만나 양당 체제 종식을 위한 연대를 포함,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안 후보님,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님 등은 모두 출마선언을 통해서 기득권 양당정치의 틀을 깨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뜨겁게 환영한다”며 “양당체제 종식은 시대적 사명이고, 저 심상정의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1.11.8./사진=연합뉴스
안 후보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쌍특검법안'을 제안하며 “심 후보 및 정의당과 함께 풀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심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조속히 '쌍특검법안' 논의에 착수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의 하나 대통령 임기 중에 결정적인 증거가 밝혀진다면 온 나라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기득권 정당의 두 후보는 각각 ‘대장동 비리 게이트 몸통’과 ‘고발 사주 배후’라는 의혹에 갇혀 있다"며 "이를 수사하는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는 국민으로부터 배척에 가까운 불신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득권 정당만이 집권할 수 있는 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심 후보의 주장과 유사한 부분이다.
심 후보는 “안 후보의 제안은 지극히 정당하다”며 “특검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특검을 할 경우 대선 후보 공식 등록일 이전인 내년 2월 12일까지 결과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34년간 줄푸세만 반복했고, 민주당은 34년 동안 적폐청산만 반복하고 있다. 34년 양당체제의 최종 결론은 내로남불 정치"라며 "우리나라의 양당체제는 서로에게만 격렬할 뿐 시민의 삶과 미래에는 철저히 무능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심 후보는 단일화 여부에 대해서는 "단일화는 언급한 적이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양당 체제 종식과 시대 교체를 위해 어디까지 함께 하고 어떤 노력을 할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작해보자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심 후보는 "지금 양당체제 종식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크고 또 그것을 주도할 정치적 주체로서 제3지대를 우리 국민들이 강력하게 호명을 하고 계시지 않나"라며 "안철수 후보나 김동연 후보 또는 이 두분이 아닌 다른 정당, 정치세력들도 많이 계시다. 그렇기 때문에 양당체제 종식을 위해서 어디까지 힘을 모을 수 있는지 그 대화의 문을 적극적으로 열어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심 후보가 양당 체제 종식을 위한 '제3지대 공조'라는 이름으로 안 후보에게 손을 내민 배경에는 거대 양당 중심의 대선 판에서 다양한 정치세력과의 공조를 통해 정의당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또한 심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지지율이 5%대에 갇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도 제3지대가 힘을 합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는 윤 후보 40.0%, 이 후보 39.5%로 집계됐다. 이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 4.5%,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4.0%,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1.1%순이었다. ‘기타 후보’는 2.3%, 부동층(지지후보 없음·잘 모름)은 8.5%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후보 만나뵙고 김동연 후보도 만나뵐 것"이라며 "이 두 분 이외에 지금 후보는 아니지만 제3지대에 의지를 갖고 계신 정치인, 정당도 많이 있다. 이분들도 연쇄적으로 만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성철 대구카톨릭대 특임교수는 23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심상정 후보가 제3지대를 통해 힘을 모은다면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두 정당의 정책 공조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심상정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만날수는 있지만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가 다른 두 정당 간의 제대로 된 정책 공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공조라기 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액션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심 후보가 안 후보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양당체제를 견제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제3지대 정책 공조가 가능할 지 또, 심상정-안철수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성사될 지 정치권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