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역대급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수도권 민심이 혹여라도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종부세 부과 대상이 전국민의 2%대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수도권 민심이 이 후보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민주당이 초기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6억원 집의 종부세, 쏘나타 중형차 세금보다 적다"며 종부세 폭탄이라는 야권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송 대표는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 중 70% 이상이 26억원(공시지가 17억원)인데 세금이 50만원 정도"라며 "쏘나타 2000cc 중형차의 자동차세가 52만원(cc당 260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당대표가 돼서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이상)에서 11억원(시가 16억원 이상)으로 상향시켰다”며 “즉 16억원 이하는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전국민 98%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역대급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부동산 민심이 폭발할 조짐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은 초기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가 11월 8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참석 모습. /사진=민주당 제공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종부세 고지서를 받는 분들은 상위 1.8% 국민”이라며 “시가 약 16억원을 넘지 않으면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세금폭탄이라고 느끼실 분들이 많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굳이 폭탄이라면 무차별 폭격이 아니고 정밀타격이라 해야할 것"이라며 “종부세 세수 100%는 지방재원으로 사용되기에 지방재정을 살찌우고, 투기수요를 제어하고, 다주택자의 무분별한 주택쇼핑을 막는 유일한 장치”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도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자, 민주당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98%의 대다수 국민에게는 종부세 고지서가 아예 배달이 되지 않는다”며 2%에게만 부과 되는 부자세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야당의 종부세 폭탄 비판에는 “다주택자와 법인의 종부세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은 맞지만, 충분한 기간을 두고 예고를 했고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길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종부세 세수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에 우선 배분된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긍정적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종부세 폭탄 논란에 대해 적극 진화에 나선 배경에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자리한다. 이 후보는 경선 이후 지지율이 계속 30%대에 갇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다가 최근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2~23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5자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7.1%포인트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가칭) 후보 등이 맞붙는 5자 대결에서 윤 후보 44.1%, 이 후보 37.0%이다. 이어 안 후보 4.0%, 심 후보 3.8%, 김 후보 1.1% 순이다.
지난 2주전 조사와 비교하면 윤 후보 지지율은 0.3%포인트 소폭 하락한 반면 이 후보는 2.4%포인트 상승했다. 격차는 7.1%포인트로 지난 조사 대비 (9.8%포인트) 소폭 더 좁혀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은 대규모 공급 공약 등 부동산 관련 정책들을 제시하면서 성난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려 안깐힘을 쓰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부동산 안정세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부세 폭탄' 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계속 확산된다면 이 후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민주당이 초기 차단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이 '종부세 폭탄' 프레임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얘기 아닌가”라며 "종부세 부과 취지와 목적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인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드는 인원은 94만 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8만 명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2일 법인까지 포함한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은 지난해(66만7000명)보다 41.8% 늘었고, 같은 기간 세액은 1조 8000억원에서 5조 7000억원으로 216% 늘었다.
이 가운데 다주택자와 법인은 전체 세금의 88.9%를 부담하며, 1세대 1주택자의 72.5%는 약 50만원 정도의 평균 종부세액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답답한 흐름을 보이던 이 후보의 지지율을 상승 신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종부세로 인한 부동산 민심이 이 후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대응에 나설 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