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역내 정제설비 가동률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1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정유업계 연말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불거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정제 마진은 배럴당 4.4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1.9달러, 10월 넷째 주 대비 3.6달러 하락한 수치다. 정제 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운송비·운영비 등을 제외한 것으로, 국내 업체들의 손익분기점(BEP)은 4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올 4분기 매출 14조 원·영업이익 8000억 원 상당을 거두는 등 올해 들어 가장 나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쓰오일 역시 매출 8조 원 영업이익 70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비슷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울산 컴플렉스·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울산공장·현대오일뱅크 VLSFO/사진=각 사
특히 정유부문의 수익성 향상이 점쳐지고 있다. 8월 하순 60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10월 하순 80 달러대까지 오르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발 코로나19 재유행 리스크 때문에 70 달러대로 안정화됐지만, 미국 하원이 1조 달러(약 1196억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수요 회복이 이뤄지는 만큼 가격 하방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급으로 볼 때 정제 마진도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뿐만 아니라 항공유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중으로, 인도와 중국에서도 휘발유는 정상궤도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 지역내 백신접종 확대가 경유 수요를 증가시키고, 항공기를 통한 이동 재개로 항공유 수요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규모가 작거나 노후화된 설비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공급 측면의 부담도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원유 재고가 101만 7000배럴 가량 증가했으나, 휘발유·정제유 재고가 2배 이상 감소했을 뿐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가 11~12월 증산량을 일일 40만배럴로 유지하는 것도 언급되고 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12월 공식 판매가격(OSP)을 인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명 '아시아 프리미엄'으로도 불리는 OSP는 두바이·WTI·브렌트유 등의 가격에 할인 또는 할증을 적용한 것으로, 원유 수급 및 제품 마진을 비롯한 요소를 고려해서 책정된다.
(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으로) SK루브리컨츠·에쓰오일토탈윤활유·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의 윤활유 제품/사진=각 사
빠듯한 수급의 윤활유를 비롯한 비정유부문의 지원사격도 여전할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배기가스 규제 강화 등에 힘입어 업체들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상황으로, 올 1~9월 국내외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한 바 있다. 특히 수출단가(14만 2300달러)는 같은 기간 87.0% 급증했다.
업계는 올 3분기 윤활유와 기초원료인 윤활기유 설비 가동률을 100% 안팎으로 유지했으며, 4분기에도 풀가동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SK루브리컨츠·GS칼텍스·에쓰오일이 전기차용 윤활유를 잇따라 선보이는 등 관련 라인업도 강화하는 중으로, 현대오일뱅크도 하이브리드용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석유화학부문의 경우 산화프로필렌(PO) 및 벤젠과 파라자일렌(PX)의 희비가 교차하는 등 3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실적을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드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제품 공급이 늘어났으나, 확진자가 다시금 많아지고 방역이 강화된 것이 최근의 정제마진 하락을 야기한 것"이라며 "현물시장 재고도 양호한 편으로, 4분기 정제마진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