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제로 금리시대 종결과 정부의 대출 규제로 수도권 집값 정체 현상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다. 이에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저가 아파트와 상대적으로 대출이 수월한 오피스텔, 빌라로 매매 수요가 쏠리며 온기가 돌고 있는 모양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99.5로 집계됐다. 서울에서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간 것은 올해 4월 5일(96.1) 이후 처음이다. 매매수급지수는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점인 100보다 낮으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높을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우세하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현재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이는 가파른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의 영향과 함께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금리인상이 맞물리면서 아파트 매수자들 사이에서 관망세가 짙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다 보니 최근 아파트 시장을 떠나 오피스텔, 빌리에 수요자들의 눈길이 쏠리는 모양새다. 실제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를 보면 올해 1~9월 서울의 빌라 매매 건수는 총 5만1708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주택 매매 건수(10만4492건)의 49.5%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의 거래량이 빌라보다 많았지만, 올해 1월 빌라 거래량(5857건)이 아파트(5796건)를 넘어선 이후 현재까지 11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을 뛰어넘었다.
오피스텔 시장도 올해 매매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지난 10일까지 5만1402건으로 집계돼 2006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뒤 최다 기록을 세웠다.
올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1만6110건) △인천(6537건) △강원(673건) △울산(536건) △세종(350건) △전북(211건) 등 6곳에서 이날 기준 오피스텔 매매량이 이미 역대 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1만5631건)의 경우에도 연간 매매량이 역대로 가장 많았던 2008년(1만5964건)을 올해 안에 넘어설 것으로 내다 보고있다.
아파트의 경우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었지만, 6억 이하 저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6억원 이상~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최근 3개월간 70.26%(8월 1362건→9월 735건→10월 405건) 감소했고, 9억원 이상~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도 69.74%(1441건→861건→436건) 줄었다. 반면 6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는 동기간 40.11%( 845건→616건→506건) 줄어드는데 그쳤다.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매수 집중 현상이 계속되면서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특히 대출 규제로 소형 면적의 희소성이 돋보이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는 경향이다.
일반 아파트 구매할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투기과열지구 40%·조정대상지역 50%로 제한된다. 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아예 담보대출이 불가능하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LTV가 20%에 밖에 안된다. 내년부터 총 대출액 2억원을 넘는 대출자에 대해서는 개인별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마저도 모두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빌라는 이런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또 무주택자가 9억원 이하 빌라는 매수하면 별도의 전세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적어서 빌라 구매 뒤 세입자를 받고 남은 금액만 지불해 집을 사두는 이른바 '갭투자'도 할 수 있다.
오피스텔도 LTV가 통상 1금융권은 70~80%, 2금융권은 최대 90%까지 가능하다. 물론 내년부터는 오피스텔 구매시에도 DSR이 적용된다.
6억원 이하 아파트도 규제를 비껴갈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신혼부부는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데 LTV가 최대 70%에 달한다. 금리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이 5%를 육박하는 반면 보금자리론은 3.4% 불과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고 있고 특히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수요자들이 대체할 수 있는 투자처들을 찾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저가 아파트의 상승률은 계속해서 상승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