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경쟁 당국이 해가 바뀌기 전 국적 대형 항공사(FSC) 간 기업 결합 심사 결론을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서울의 재무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제반 경영 여건을 따지면 국토교통부가 사업 면허 박탈 등의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어 저비용 항공사(LCC) 통합 때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올해 3분기 당기순손실이 37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 동기비 6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손실 폭이 이처럼 커진 것은 환차손과 유형자산 등 외부 요인이 작용한 탓이 크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기재 2대를 반납함에 따라 유형 자산 손실이 300억원 가까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자본 총계는 -1506억 원으로 자본잠식의 끝을 달리고 있다. 이와 같이 재무 조건이 나빠진 것은 반일 불매 운동과 코로나19 등 악재가 연달아 찾아온 것에 기인한다.
에어서울 A321-200(HL7212)./사진=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
에어서울은 2년 넘게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항공 주무 부처 국토교통부는 현행 항공사업법에 따라 국적 항공사 재무 상태가 완전 자본 잠식 또는 1년 이상 자본 잠식률 50% 이상 초과 상태가 계속될 때에는 재무 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래도 차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면허 취소 또는 사업 중단까지 가능하다. 항공사들의 재무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평시 같으면 에어서울은 국토부의 퇴출 조건에 부합하나, 당국은 경영 환경이 나빠진 것이 천재지변으로 인한 점을 감안해 별도의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는 당국의 정무적 판단일 뿐 객관적인 지표를 따져보면 에어서울은 부실 항공사 평가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선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ATIS)상 항공기 등록 현황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현재 A321-200 총 5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 2대를 돌려보낸 결과다. 트래블 버블로 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기재를 반납했다는 점은 리스비 등 비용 부담을 하기 버거운 상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모회사 아시아나항공도 자본 잠식에 들어간 만큼 유상증자·자금 대여 등 추가 지원은 올해 3월 이후 끊겼다. 상장 자회사 에어부산에 1000억 원 넘는 자금을 쏟아부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위드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며 여객 수요도 늘어난다지만 경쟁 업체도 늘고 있어 에어서울이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커진다. 내년 상반기 중 이스타항공이 다시 비행에 나서고, 신형 중대형 기재 787-9로 중무장한 에어프레미아도 하늘길을 나다니고 있어서다. 티웨이항공도 A330-300을 들여와 중장거리 비행에 나서는 등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에어서울이 진에어·에어부산과 한 몸이 되기 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존폐 기로에 서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 달 23일부터는 주 2회 인천-괌 노선 운항에 나서며 재무 구조 개선을 노리지만 아시아나항공도 18년 만에 해당 노선에 같은 날, 같은 횟수로 재진출함에 따라 모기업과 경쟁하게 됐다.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국제선이 밥줄이었으나 코로나19 이전처럼 항공 수요가 언제 회복될지는 확신할 수도 없어 경영 시계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악조건 하에서도 에어서울 영업실적은 작년보다 크게 개선됐다. 흑자 전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3분기 영업손실은 90억원 수준으로, 2021년 누적 실적 기준 영업이익률은 국내 LCC 중 1위를 차지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