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지향 인사제도’를 마련하면서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인재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온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이후 미래 시장을 준비하고, ‘뉴삼성’ 비전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9일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승격제도 △양성제도 △평가제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오후 캐나다와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이번 인사·조직 개편은 이 부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능력 중심의 수평적 조직문화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과감히 중용한다는 방침이다.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강화하고, 협력과 소통문화 조성에도 초점을 맞춘다.
이 같은 조치는 이 부회장의 ‘뉴삼성’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고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분야의 인재 영입은 물론, 능력 있는 인재 발굴과 양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5월 대국민 입장 발표에서 이 부회장은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또한, 이 부회장은 삼성의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에 집중해 왔다. 젊은 인재들에게 안정적으로 양질의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삼성은 이번 ‘미래지향 인사제도 개편’에 앞서 2016년에 직급 단순화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7단계의 수직적인 직급 단계를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른 4단계의 경력개발 단계로 변경하고, 직원간 호칭도 '○○님' 또는 '○○프로'로 바꿨다.
삼성은 국내 다른 기업들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주자는 이 부회장의 뜻에 따라 공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자율 출근제’를 도입해 일률적인 출퇴근 시간 적용에서 벗어나 임직원들이 육아 등 개인 사정과 시간 활용 계획에 따라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고,, 2012년에는 이를 확대해 '자율 출퇴근제'로 발전시켰다.
2018년에는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며 젊은이들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기회, 꿈과 희망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여성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이후 직장 및 가정 생활 변화, 여성 리더십 계발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같은 이 부회장의 인사·조직 혁신은 임직원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계열사 직원들과 소규모 간담회를 잇달아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임직원들(2020년 7월)을 비롯해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워킹맘'(2020년 8월) △반도체(2020년 7월)/디스플레이(2020년 6월) 연구원 △스마트공장 근무 직원(2020년 3월) 등을 현장에서 만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여성인력 간담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은 물론 직장 생활, 가정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차제에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자. 잘못된 것, 미흡한 것, 부족한 것을 과감히 고치자“며 대대적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