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프랑스 르노 그룹이 지난 9월부터 순환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중고차 개조공장을 가동하며 빠르게 성장 중인 유럽 중고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완성차 업체가 규제에 막혀 중고차 거래조차 할 수 없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6일 르노삼성자동차에 따르면 르노 그룹은 최근 유럽 최초의 순환경제 공장으로 탈바꿈해 운영 중인 프랑스 플랑(Flins) '리-팩토리(Re-factory)'의 1년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프랑스 르노 그룹이 지난 9월부터 순환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대규모 중고차 개조공장을 가동하며 빠르게 성장 중인 유럽 중고차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사진=르노 제공
리-팩토리는 루카 데 메오 르노 그룹 CEO가 올해 초 발표해 시행 중인 르놀루션(Renaulution) 경영전략의 한 축으로, 프랑스 플랑 공장을 순환경제 공장으로 변환해 최근 설립 1주년을 맞았다.
르노 그룹은 르놀루션을 통해 2030년까지 매출의 최소 20%를 서비스, 데이터, 에너지 트레이딩에서 창출하면서,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로 변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르노 리-팩토리에서 최근 보여준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대규모로 차량 개조가 가능한 최초의 중고차 공장(Factory VO) 가동이다.
지난 9월부터 가동된 중고차 공장은 연간 최대 4만5000대의 차량을 개조할 수 있는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빠르게 성장 중인 중고차 시장을 르노 그룹이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중고차 공장에서는 차량에 기존에 없던 부품을 새로 장착하거나 개조할 수 있다. 지난 9월부터 1500대 이상의 중고차를 이런 방식으로 새롭게 개조했으며, 향후 2년간 개조 가능한 차량 대수를 더욱 늘려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차체와 같은 부분까지 개조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울 예정이다. 2023년까지 상용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연구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르노 그룹이 리-팩토리를 통해 보여준 또 다른 순환경제 방식은 전기차용 배터리 재사용을 통한 '리-에너지(RE-ENERGY)'다.
르노 그룹의 배터리 수리 전문 자회사인 'Gaia'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재사용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내 약 2000개의 배터리 재생이 진행될 예정이며, 2030년까지는 연간 2만건 이상의 배터리 재생을 위한 수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르노 그룹의 'Mobilize'와 협력해 15MWh 용량의 거치용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stationary energy storage project)를 차세대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Advanced Battery Storage Project)로 진행해왔다.
건설 현장, 선박, 태양 에너지 저장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이동용 또는 거치용 에너지 저장 시스템 개발은 2022년까지 저장 용량을 30M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밖에 리-사이클(RE-CYCLE) 분야는 부품 및 재료의 재활용과 재사용을 담당하며, 리-스타트(RE-START) 분야는 혁신 기반의 트레이닝 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르노 조에 등을 생산하고 있는 플랑 공장의 직원 중 약 700명이 올 연말까지 리-팩토리 활동에 합류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플랑 리-팩토리 공장은 3000명 이상의 새로운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다.
리-팩토리 프로젝트는 르노 그룹의 지속 가능성 제고 전략의 핵심이다. 프랑스 플랑에 이어 최근 스페인 세비야 공장도 리-팩토리로 탈바꿈했며, 글로벌 산업 프로젝트로 폭넓게 전개되고 있다. 르노 그룹은 리-팩토리를 통해 2040년까지 유럽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탈탄소화 궤도에 올랐다.
루카 데 메오 CEO는 리-팩토리 설립 1주년을 맞아 "르노 그룹은 리-팩토리를 통해 프랑스 플랑 공장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 창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면서 "리-팩토리는 그룹이 새롭게 창출된 가치와 함께 신속하되,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르놀루션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아직까지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관련 사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중고차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3년씩 2회 지정 후 2019년 2월 보호기간이 만료됐지만, 중고차 업계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며 중고차 시장 개방은 미뤄졌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법정 시한에 맞춰 2019년 11월 7일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으로 중기부에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법정 최종 심의 종결일(2020년 5월 7일)이 지난 뒤에도 1년 반이 넘도록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을 규제에 묶어두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