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쟁력이 심각하게 약화되고, 기업들의 해외탈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지나치게 제몫만 요구하면서 노사정위 합의안을 거부하는 것은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수 있다. 정부가 기업현실을 감안하지 않은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것도 문제다. 노동이슈는 글로벌스탠더드를 따라가야 한다. 한국의 전투적 노조는 기업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정부의 친노동정책도 해고대란을 유발할 수 있다. 기업의 해외대탈출을 부채질할 수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6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의 3대현안을 진단하는 긴급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사정위의 합의안 마련이 가능할지에 대해 우려했다. 현재의 노사정위 합의안 초안은 노동계친화적이어서 기업현장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최준선 교수 |
최교수는 사내하청은 즉각 허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사내하청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만 규제하는 것은 제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년연장도 임금피크제를 합의한 기업에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교수는 노사이슈는 정부나 전문가개입은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노사자율에 입각한 합의만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준선 교수의 주제발표문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 시한(3월말)이 다가오고 있다.
노사정 위원회가 합의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에는 노동인구의 고령화와 개방화로 노동시장 구조개혁 시급하기 때문이다.
노사정 위원회는 3대 우선 과제로서, 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분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②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③ 사회안전망 정비 등을 설정하고 막바지 조율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합의안에 대하여 사측도 노동계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사측은 정부와 전문가 그룹이 친노동계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마땅한 대응조직과 절차가 없어 속으로만 앓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시장 구조개편에 대해 공조투쟁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앞서 4월 총파업을 선언해 놓고 있다.
노사정 위원회 주도 대타협에 의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그것을 진단하고 평가하려면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여러 이슈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분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기간제 고용기간 연장 문제
최우선 과제는 기간제 고용안정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 기준, 약 34% 600만명에 달한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비정규직의 고착화로 희망을 잃어가는 젊은 세대들을 우리는 반드시 구출하여야 한다.
2년마다 비정규직이라고 구하려 애쓰면서 겪는 그들의 스트레스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현재 우리 사회가 겪는 위험하고도 불안한 순환기 계통의 질병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문제는 산업별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가장 어렵다. 제조업분야에서는 정규직이 많은 편이고 전문서비스업도 그렇다. 오히려 공공분야와 교육 및 사회복지분야에 기간제와 시간제 근로자가 많다.
해법으로 현재 기간제 고용인의 고용기간 연장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기간제 고용안정은 단순한 기간연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장래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가능하여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고용기간을 조금 연장한다고 해도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오히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을 상향조정하고 기간제 고용인의 고용기간을 대폭 연장하면 대다수 기업들은 기간제 고용 자체를 선택하기 곤란할 수도 있다. 그 결과 기간제 일자리마저도 소멸할 수 있다.
그 방법은 계약직 또는 기간제 조차도 쓰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속칭 알바)을 쓰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시간제 인생으로 끝날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많은 젊은이들이 절망으로 내달리게 될 때 이 사회는 희망이 없게 된다.
예를 들면 대학에서 시간강사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하여 주 6시간 이상의 수업을 하게 하고 월 200만원의 임금을 보장해 주도록 하는 법을 만들 경우, 대부분의 대학은 시간강사를 해고할 것이다. 기존 교수에게 명목적인 초과강의료만을 지급하면서 책임시간 이상의 강의를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시간강사보호법률’이 아니라 ‘시간강사 해고법률’이 된다.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자동으로 정규직 근로자로 되는 현행제도에 따라 비정규직이 2년마다 해고가 반복된다. 2년마다 반복적으로 기간제 고용자가 해고되어 노동시장에 신규 노동자로 합류함으로써 고용시장을 더욱 어렵게 한다. 고용불안정은 소비를 이연시키고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비정규직에게 최저임금을 올려 준다고 해서 그만큼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미래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예방차원에서 소비를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의 인상도 경제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비정규직의 고용은 기업에도 부담이 된다. 2년마다 해고하는 패턴이 계속되면 숙련공을 유지할 수 없고, 자연히 생산성도 저하된다. 새로운 인력채용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기업의 임금부담 증가로 가격경쟁력 상실 또는 수익성 저하를 야기하고, 정규직은 해고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파이를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기득권자인 기존의 정규직의 반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 노사정위의 합의시한이 3월말로 다가오고 있다. 노사정위 합의안은 친 노동적이서 기업경쟁력 약화와 인건비부담 가중이 우려된다. 정규직 확대, 통상임금확대 적용, 고용기간 연장등은 오히려 해고와 고용대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 재계는 세계각국처럼 사내하도급은 즉각 허용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노사이슈는 노사자율주의를 존중해야 한다. 노조, 특히 정규직의 내몫찾기고수는 노동유연성을 저해하고, 청년실업을 늘리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노동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사이슈가 해결돼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
이 문제는 노동시장의 제도경쟁력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문제가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 근로자의 순환이 안 되는 것이 문제이다. 순환기 계통의 질병인 것이다. 순환기 계통의 질병은 임금 및 노동유연성이 갖추어져야 낫는 병이다. 또한 기업이 스스로 성장과 수익창출을 위하여서는 정규직 채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여야 한다. 누가 시켜서 될 일이 아니다.
정규직을 채용하면 할수록 그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대학이 ‘교수확보율’이 높고 ‘시간강사비율’이 낮으면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은 의미에서 정규직을 다수 고용하는 대기업의 역할 중요하며,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대규모의 고용을 창출하도록 격려하고 반기업 정서를 불식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규모별 통계를 보면 기업이 클수록 비정규직이 적다. 즉, 대기업일수록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문제
노·정·전문가들은 연합하여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복지혜택을 덜 받는 경우 노조에게 차별시정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안건을 제출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정규직 근로자의 과보호를 문제로 삼는다.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과보호는 그대로 둔 채, 따라서 정규직 근로자의 노조와는 무관하게, 비정규직 근로자 노조와 회사만이 비정규직 근로자 복지 문제를 협상하라고 미룬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해 동일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주장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기업문화 아래서는 직무분석에 기초한 직무급 보다는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가 우선한다. 한국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구조가 지배해 왔고, 이것은 하나의 문화가 되어 이 시스템을 변경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성과급을 주겠다고 밀어 부쳤다가 거센 저항에 부딪쳐 좌절한 예가 한 둘이 아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우리나라의 기업정서에 맞지 않는다. 외국과는 달리 기업별 노사관계가 주를 이루다 보니 기업 간 근로조건 및 임금지급 능력에 현격한 격차가 있다. 이와 같은 격차를 감안하여 아주 정교하고 구체적이며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과연 의문이다.
파견규제 완화, 사내하도급 파견으로 전환하는 문제
사내하도급은 언제든지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 사내하도급을 금지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외에 과연 있는지도 의문이다. 전문가그룹은 도급제도를 청소, 용역, 시설관리 등으로 제한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대다수의 제조업체가 도급근로자를 쓰고 있는데, 이를 금지하면 필연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한다. 파견규제 완화를 통해 제조업 직접공정에 파견과 도급이 모두 허용되어야 한다. 즉, 기업이 파견과 사내하도급 중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감독기관은 위장도급과 불법파견만 금지하는 등 최소한도의 규율만 하면 충분할 것이다.
저성과자 고용 및 역할 조정 관련 일반절차(가이드라인) 마련
현재 정당한 이유 없이는 고용해지 절차와 해지 요건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가이드라인)이 없다. 누가 보더라도 더 이상 고용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자체도 불가능하며, 만약 해고가 되면 부당해고로 간주되어 기업이 불이익을 입는다. 이와 같은 것이 우리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정규직 과보호현상’이다.
노조가 사측보다 힘이 세며, 노조는 자기들만의 집단이익을 추구하고 있으니 해결이 잘 안 된다. 이것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가져오며 해고비용의 과다로 이어진다. 이것은 결국 신규채용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고용시장에서의 고용기피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근로조건 변경 절차 및 요건 완화
취업규칙을 변경하더라도 과거의 것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 안 된다. 어떤 경우가 불이익한 변경인지에 대한 판단기준 또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단순히 해당 기업의 근로조건의 변경 전과 변경 후만 비교하여 불이익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갖는 사회공익적 측면, 예컨대 양극화 해소, 청년실업 해소 및 일자리 창출, 산업 경쟁력 강화 등까지 반영하여 판단하여야 진정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통상임금문제
전문가그룹의 공익위원안을 보면 통상임금의 범위를 법률에 명시하는 대신 노사가 합의하면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통상임금에 대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은 고정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최초의 판결이다. 이 판결은 1임금지급시기, 즉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분기나 반기 또는 년)에 지급하는 상여금도 일률적이고 고정적인 급여라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사측은 종래의 판결과 같이 1임금지급시기 내에 지급되는 금액만을 통상임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판결은 지급되는 금전의 고정성에 무게를 둔 데 대하여, 사측은 1임금지급시기 등 지급 기간을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판결이란 본래 법에 대한 해석일 뿐이다. 판결이 법률을 만들지는 못한다. 사회경제적 변화는 새로운 입법에 반영되어야 한다. 대법판결이 입법은 아닌 만큼 새로운 입법(근로기준법과 시행령 등)을 통하여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
근로시간단축에 대해서도 추가연장 근로를 주 8시간까지 예외적으로 인정하자는 제안에 대해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법정 노동시간을 연장시키고 통상임금을 축소하는 등 사용자에게 기운 정부안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노사정위원회의 편파성을 증명하였다.”고 주장한다.
근로시간은 단계적 52시간으로 단축하되, 추가 연장근로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8시간까지 추가할 경우 총 60시간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OECD 평균 감소폭 7배 이상으로 가장 급격히 단축 중이다. 60시간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기존 대비 8시간이 단축된다. 실근로시간 단축방안을 유지하되 이와 병행하여 시간당 생산성 향상방안에 대한 노사 간의 협의를 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본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여 2주를 1개월로, 3개월을 1년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휴일근로 중복할증 적용 여부
‘휴일근로’ 개념이 삭제되어 시간외 근로를 연장근로와 심야근로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휴일근로의 경우 휴일근로수당+연장근로수당의 중복할증의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처럼 휴일근로시에도 최대 35%를 할증하도록 하되, 시간외 근로의 양에 따라 변동 할증율을 적용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임금피크제 도입사업장만 정년연장 허용해야
임금피크제는 노사협력에 맡기고, 임금체계도 노사 자율에 의하도록 하면서 법률로 정년만 연장하도록 한다면 사실상 임금피크제를 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대기업노조의 경우 기득임금 저하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지도부가 양보할 경우 내부 탄핵이나 불신임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는 법적 의무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의 경우만 정년을 연장하도록 하여야 한다. 먼저 노사정간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모델을 구축한 후 공공부문부터 시작하여 민간부문 확대적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원하청 상생협력
노동계는 원·하청, 대·중소기업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하청업체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노조가 외견상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이면합의나 다른 명목(성과금, 격려금 등)으로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개별 기업에게 하청업체나 협력사 직원의 처우까지 책임지라는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원청 대기업의 지출규모가 확대되고, 인건비가 상승하며, 원가 경쟁력이 저하된다. 주문 물량이 감소하면 중소기업의 경영과 고용이 악화된다.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결론
노사정 위원회의 합의 사항에는 수많은 쟁점이 있고, 각 쟁점에 대한 노사정 및 전문가그룹의 판이한주장으로 타협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외국과는 달리 기업별 노사관계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 상황에서는 ‘노사자율주의’ 채택이 타당해 보인다.
대부분 기업별 노조인 우리나라의 현실상 노사자율은 기업별 노사협약에 기반을 두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무노조 사업장의 경우에는 근로자 대표 선출 절차와 요건 강화로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노사정 협의에는 최대한 단위기업의 노사관계 현실을 반영하여야 한다. 정치논리는 배제되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항들은 정치적 타협이 예견되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전반적으로 큰 실익도 없이 부담만 증가하는 것으로 인식될 우려가 크다. 노동계로서도 미흡한 봉합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단위 기업별 노사협약에 기반을 둔 노사자율주의의 채택이 타당해 보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