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하면서 우리정부의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 미국의 주요 동맥국들도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중국이 소수민족을 인권탄압하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어떤 외교 사절단이나 공식 대표단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장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대량학살과 인권탄압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직후부터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를 기치로 내걸고 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국 규합에 나서왔다. 얼마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한 바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실제로 올림픽을 미중 갈등의 상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다.
또한 미국의 이 같은 결정은 이번주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해서 화상으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와서 더욱 주목된다. 이 회의에 한국을 포함해 110개 국가가 참여할 예정으로 이를 계기로 보이콧 논의가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 캐나다, 호주가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각 국가가 내려야 할 주권 사안임을 언급하면서도 “우리는 다른 국가들이 며칠, 몇 주 안에 (보이콧)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올림픽 보이콧 동참은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 협의체인 ‘오커스’(미국, 영국, 호주 참여)와 기밀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참여) 중심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중 견제 성격을 가진 비공식 협의체인 ‘쿼드’(미, 일본, 인도, 호주) 참여국인 일본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와 관련해 “올림픽이나 우리나라(일본) 외교에 있어서의 의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며 국익의 관점에서 스스로 판단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재인정부로서는 베이징올림픽을 한반도 평화의 발판으로 삼는 것은 물론 종전선언의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물론 미국에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정부는 올림픽과 종전선언을 연계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참가 자격 박탈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올림픽은 남·북·미·중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가장 명분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 우리정부도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진지하게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진 가운데 설사 미국의 공식 보이콧 동참 요구가 없더라도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열렸다.
이와 관련해선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중국측에서도 한정 부총리(정치국 상무위원)이 중국 대표로 참석했다. 게다가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북중 국경 개방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측은 이번에도 시 주석의 답방 차원의 한국 방문을 유보한 채 내년 초 화상 방식으로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상태이다.
그런 한편, 만약 우리정부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전면 동참할 경우 중국의 ‘보복’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정부가 임기 마지막까지 중국을 상대로 공을 들이고 있는 ‘한한령 해제’ 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측은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결정을 공개하기 전 우리측에 외교 경로를 통해 미리 알려왔지만 7일 현재까지 보이콧에 동참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리정부가 성급한 판단보다 타국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청와대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의 관련 질문에 “우리 정상의 베이징올림픽 참석 여부와 관련해 아직 답할 단계가 아니라는 취지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같은 날 문 대통령의 참석 여부 질문에 “답변을 삼가겠다”면서 “타국의 동참 여부를 계속 봐야 될 것이다. 어떻게 예단된다고 말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