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델타 변이형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이어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날개를 접었던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초유의 위기 속에서 이 같은 행보를 보이자 합리적 의사 결정이 맞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CC) 여객기들이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 일부 항공사들은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라 괌으로 향하는 비행편을 취소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은 이달 23일 재개 예정이던 인천-괌 노선 운항을 내년 1월 29일로 미뤘다. 제주항공은 지난 4일부로 오는 16일까지 예정된 괌 노선 7개 비행 일정을 없던 일로 했다.
이 가운데 에어부산은 지난달 27일부터 운항 중인 부산-괌 노선을 그대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27일 약 20개월 만에 운항 재개했던 부산-괌 노선을 중단 없이 예정대로 운항한다고 8일 밝혔다. 허브로 삼는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이 어렵게 열린 만큼 손실을 감내하겠다는 게 에어부산 측 입장이다. 또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심각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이 같은 상황에서 운항을 또 다시 멈출 경우 관광업계와 종사자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며 "부산-괌 노선에 비행편을 띄워 관련 업계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내년 중 일부 기재를 반납함과 동시에 리스 방식으로 들여온다. 기종은 A330-300과 B737-맥스8로, 각각 3대, 2대씩이다.
특히 A330-300은 내년 2월부터 5월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방침이나 해당 기재는 우선 내년 3월 11일부터 26일까지 김포-제주 노선에 투입하고 차후 호주 시드니·크로아티아·호놀룰루·싱가포르 등지로 띄운다는 계획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B737 맥스 기종을 통해서는 좌석 공급 확대와 비용 절감을, A330 기종으로는 신규 노선 수요 창출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격납고 앞에 진에어 소속 B777 한 대가 주기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진에어는 지난 7일 대한항공과의 기재 2대에 대한 임차 연장 계약에 관한 내용을 DART에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7월 15일부터 2026년 7월 14일까지, 또 다른 한 대는 내년 12월 6일부터 2026년 12월 5일까지다.
진에어 관계자는 "모두 B737-800으로 같은 기종이나 리스가액은 각각 99억4300만원, 82억9500만원이고, 월 리스료는 각각 2억700만원, 1억7300만원"이라며 "연식 등 제반 조건에 따라 달리 매겨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지난 9월 8일 이사회를 개최해 진에어에 777-200ER 임대 계약 연장안을 의결했다. 올해 2분기 말 28대였던 진에어의 여객기 수는 23대로 줄어들기는 했으나 꾸준히 자매 회사인 대한항공으로부터는 기재를 빌려오고 있는 셈이다.
DART 공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에어부산 1479억3700억원 △티웨이항공 1192억1700만원 △진에어 1533억8300만원으로 집계된다. 항공업계는 4분기와 내년에도 호실적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 실적과 전망이 이처럼 부정적인 가운데 사업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금 일부 LCC들은 정부의 트래블 버블 정책 기조에 편승해 '벤드 웨건 효과'를 기대한다"며 "이는 회복 국면을 전제로 출혈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제 아무리 저가를 표방하는 LCC라 해서 좌석 단가를 낮춘다 한들 기본 수요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 항공 여객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각 사 경영진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린 건지 의구심이 든다"고 부연했다.
이어 "특히 에어부산이 국제선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건 자본 잠식에 빠진 모기업 아시아나항공에 부채 비율을 넘겨버리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대리인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전문 경영인 체제의 폐해"라고 꼬집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