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국지엠이 제너럴모터스(GM)으로부터 전기차의 생산을 배정받지 못하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차 시대의 중요한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을 비롯해 미국 등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전동화 전환을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GM 역시 미래 전동화 비전을 제시하고 본격적인 전환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전기차 생산기지로는 지목되지 못했다.
쉐보레 서울서비스센터 재건축 투시도. /사진=한국지엠 제공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GM의 미래 전략에서 한국지엠이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동화가 진행되더라도 충전인프라 구축과 함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공장 등과 같은 기반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지난달 12일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인천 부평 한국지엠 본사에서 열린 'GM 미래 성장 미디어 간담회'에서 GM의 미래 전략과 한국에서의 사업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전기차 생산기지로 한국지엠 공장을 포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래 사업에 한국지엠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의 생산이 빠졌기 때문이다.
전동화의 전략의 핵심모델인 전기차는 배터리에 따라 성능이 좌우된다. 이 때문에 고효율 배터리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부터 전혀 다른 물질을 활용한 신개념의 배터리까지 거론되고 있다.
즉 전기차에 사용될 배터리 조차 아직 확실한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시장이 전기차로 전환되기까지는 시행착오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그 사이에는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 모델들이 주력 상품으로 시장에 소개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이 GM의 전기차 생산기지로 선택되지 않았지만, 이는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한국사업을 포기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장 전기차로 전환 시 고용 문제도 뒤 따를 것이고 부품 전환 문제도 해결해야 된다.
시장여건이 이렇다보니 한국지엠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를 포함한 GM의 한국사업장은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인 내연기관차를 계속 생산해 글로벌 GM 차원의 전 전동화(all-electrification)를 든든하게 지원할 예정이다.
전동화로 가는 과정 속에서 환경규제에 맞춰진 엔진을 탑재하고 생산되는 모델을 한국생산기지에서 꾸준히 책임질 수 있다. 이는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위해 캐시 카우 역할을 하며 전기차 시대의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역할이다.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GM이 미래를 위한 혁신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은 바로 저희의 현재 제품 포트폴리오에 대한 상품성에서 비롯된다"며 "여기에는 바로 이 곳 한국에서 생산되어 한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다른 해외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이루고 있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도 포함된다"며 내연기관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6월 국내 완성차 수출 1위를 달성하며,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의 높은 인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사진=한국지엠 제공
현재 한국지엠에서 생산중인 트레일블레이저는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인 첨단 E-Turbo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1.35리터 E-Turbo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를 발휘, 2리터 자연흡기 엔진에 버금가는 출력과 이를 뛰어넘는 우수한 토크성능과 효율을 발휘한다.
기름을 적게 소비하면서도 힘찬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GM의 첨단 라이트사이징터보 기술이 적용된 덕분이다.
여기에 동급 SUV에서 가장 많은 기어를 보유한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연료효율까지 챙겼다. 이를 통해 트레일블레이저는 동급에서는 유일하게 제3종 저공해 차량으로 지정돼 공영 주차장 할인(최대 50%) 등 혜택도 받을 수 있는 등 내연기관 모델임에도 탁월한 친환경성을 자랑한다.
현재 GMTCK가 개발하고 한국지엠이 생산 중인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와 이들 GM 한국 사업장에 의해 개발, 생산이 예정된 차세대 CUV는 인기 세그먼트로 모두가 탐내는 핵심 모델이다. 전기차 대비 저렴하면서도 젊은 소비자들을 타켓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에 포함되기에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소형 SUV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그먼트다. 그 가운데서도 트레일블레이저는 가장 돋보이는 모델 중 하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인 미국에서 사실상 판매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시장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앙코르 GX라는 쌍둥이 모델로 각기 판매되는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3분기까지 각각 7만3898대와 6만1179대가 판매됐다. 사실상 동일 모델인 두 모델의 판매량을 합하면 미국 소형SUV 판매 1위에 해당한다.
덕분에 수출시장에서도 트레일블레이저의 인기는 대단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기준 지난 6월 1만5165대를 수출해 국내 자동차 수출 1위 자리에 올랐으며, 올 10월까지 누적 실적에서도 전체 수출되는 모델 중 두 번째로 많은 11만5862대의 수출량을 기록,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기세를 몰아 새롭게 등장이 예고된 CUV까지 추가되면 현재 한국지엠의 새로운 경쟁력이 확보되고 미래시장의 주력이 전기차생산기지로의 전환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시나리오가 된다.
당장 다가올 미래가 아닌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 현재 인력과 체제를 유지할 수 있고, 당분간 주된 수입원이 될 모델을 개발하고 생산하며 한국생산기지의 경쟁력을 키우게 되면 GM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노하우와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전기차 기반 산업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는 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에 당분간 GM의 한국지엠에 대한 기대는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GM 연구 개발의 중요한 거점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나가고 있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2019년 1월 자동차 연구개발 사업을 주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며 "미국 본사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의 차량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조직으로 크게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차량 개발 엔지니어링,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