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미국은 국제 인권의날인 10일(현지시각)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에 관련된 북한의 수사기관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대한 첫 새로운 제재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의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 등을 반인권 행위와 관련한 경제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했다. 리영길 국방상은 한국의 경찰청장 격인 사회안전상 출신이다.
재무부는 "북한의 개인들은 강제 노동과 지속적인 감시, 자유와 인권의 심각한 제한에 시달린다"면서 "중앙검찰소와 북한의 사법체계는 불공정한 법 집행을 자행하고, 이는 악명높은 강제 수용소행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8월6일 황해남도 과일군 일대에서 ‘신형전술유도탄’ 발사 현장을 지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박봉주·박광호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한 사람 건너 리만건·리수용·오수용 중앙위 부위원장, 김 위원장,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조선중앙통신
재무부는 특히 외국인들도 북한의 불공정한 사법 체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 사례로 지난 2016년 북한 방문 중 체제전복 혐의로 체포됐다가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이후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거론했다.
재무부는 "살아있었다면 올해 27세가 됐을 웜비어에 대한 북한의 처우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북한 정부는 인권과 관련한 비참한 사건들에 대해 앞으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외화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불법 취업 알선 업체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북한이 운용하는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SEK Studio)는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을 중국에 불법 취업시킨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과 관련된 중국 업체들도 제재 대상이다.
러시아 대학인 '유러피안 인스티튜트 주스토'의 경우 수백명의 북한 대학생들에게 러시아 건설 노동자 비자를 내준 혐의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재무부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인권 유린과 연관된 일부 단체 및 간부 역시 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위구르족에 대한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한 중국 인공지능 업체 센스타임 그룹은 투자 제재 대상에 포함됐으며, 지난 2월 대량살상을 동반한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폭정을 펴고 있는 미얀마 군부 등에도 제재 방침이 내려졌다. 미얀마의 경우 영국과 캐나다 정부도 동참한다.
재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의 조치는 국가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에 대항하는 전 세계 민주주의가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무부가 발표한 반인권 행위 관련 경제 제재 대상은 모두 10개 단체와 15명의 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