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가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추진을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밝히면서 이에 반대하는 학생·학부모들과의 갈등이 일촉즉발이다.
정부는 내년 2월 1일부터 12~18세 청소년들에게도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반대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학부모 단체가 학습권 및 인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고교생 40여명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12월 13일 서울시교육청에 '백신 반대'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 10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자로 나와 "현재 청소년들이 맞고 있는 화이자 배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청소년 접종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 받았다"며 "백신 접종 중 이상 반응을 신고한 청소년 대부분이 치료를 받은 뒤 조기에 완치됐다"고 밝혔다.
특히 정 청장은 이날 "접종 독려와 방역패스는 코로나19 유행에 사회를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김부겸 국무총리 또한 지난 11일 "100% 안전하다고 장담은 아무도 할 수 없지만, 청소년 백신접종 부작용은 사례와 정도에서 극히 낮고 백신을 맞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정부는 반대 여론을 감안해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듣고 개선안을 검토하겠다"면서 조정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 관계부처-교육 현장-전문가까지 포함해 각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보완할 방침이다.
문제는 학부모 사이에 자녀가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가 접종을 맞은 후 일어난 이상반응에 대해 일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고 있어서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박호철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부가 부작용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학부모에게 백신 안전성을 설득해야 하는데 강제 접종에 가까운 압박 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접종이 안전하다고만 말하지, 모든 부작용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원칙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교육부는 '학교로 찾아가는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백신 접종율을 끌어올리려고 하지만,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정부가 어떤 방침을 내놓든 백신 접종이라는 기본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겠다고 공언해서다.
또다른 맹점은 이 방역패스를 학교가 아닌, 학원에 강제 적용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면등교를 고집하는 마당에 정책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당초 교육부는 신청 설문조사 마감기한을 8일에서 12일까지 연장했지만 12~17세 접종 대상자 총 276만 8836명 중 2차 접종까지 마친 완료자는 102만 9602명(37.2%)이다. 1차 접종을 한 학생은 144만 7153명(52.3%)에 달해 일단 과반수는 넘긴 상황이다.
정부가 12월 13일부터 백신 미접종자와 48시간 이내 PCR검사 확인서 없이는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시행 첫날 COOV(쿠브)와 QR체크인 모두 접속 장애로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초등학생인 우리가 청소년 백신패스에 반대하는 이유'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라는 청원인은 글에서 "학교 공부를 뒷받침 하기 위해서 다니는 건데 백신 미접종자는 안 된다며 공부할 길을 막아버리니 억울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청원을 올리게 됐다"며 "저희는 어리기에 대다수의 어른들이 백신접종 후 겪는 오한, 메스꺼움 등이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지 제대로 알 수도 없어 무섭고 두렵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13일 0시 기준으로 발표한 확진자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0~9세까지의 확진자 3만 5709명 중 단 3명의 아이가 사망해 치명률은 0.01%에 불과하다.
10~19세까지 확진자 5만 1494명 중에는 아무도 죽지 않아 치명률은 제로다. 10대 이하 어린이 청소년들은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전혀 사망에 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다른 문제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다. 자녀에게 방역패스가 없다면 아동시설, 돌봄시설에 보내지 못해 당장 출근을 걱정해야 한다.
정부는 사망률 제로인 10대 청소년들에 대해 굳이 백신 접종을 맞히려고 하고 있다. 백신 효능과 안정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정부 태도에 학부모들의 근심은 짙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