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국내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또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체결된 증액된 공사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시작된 조합과 현대건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입장 차이가 '공사비내역서' 공개 여부를 둘러싼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지 전경./사진=이다빈 기자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에 반발하며 증액된 공사비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은 오는 15일 현대건설 시공사업단과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지만 현재까지는 두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사비내역서 공개 여부를 둔 조합과 현대건설 시공사업단의 갈등은 조합이 지난해 체결된 공사비 증액 계약의 무효화를 요구하며 시작됐다.
조합은 지난 2016년 총 공사비를 2조6708억원으로 책정했다. 이후 전 조합장 A씨가 지난해 6월 25일 현대건설 시공사업단과 공사비를 5244억원 증액해 약 3조2000여억원으로 다시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이날은 전 조합장 A씨의 해임이 발의된 날로 A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수용 문제 등으로 결국 8월 총회를 통해 해임됐다.
조합은 당시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던 전 조합장 A씨가 인감을 불법 반출해 독단적으로 공사비 증액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추인을 받는 절차도 없었기에 해당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시공사업단은 공사비 증액 관련 검증 실시와 그 결과에 대해서 조합원 소식지를 통해 알렸고, 지난해 6월 8일 대의원회를 통해 공사 변경 계약에 대한 조합의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라면 조합원 소식지를 통해 증액 사항을 알릴게 아니라 총회를 거쳐 조합원들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총회를 거치지 않아 당시 조합원들은 공사비가 늘어났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조합원 총회가 아닌 대의원회는 효력이 없기에 해당 계약은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사옥 앞에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들이 공사비 증액에 반발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사진=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조합
이와 함께 조합이 공사비 증액의 투명성을 위해 요구하고 있는 공사비내역서를 둘러싼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조합은 증액된 공사비 5244억원의 명목을 파악할 수 있는 내역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건설 시공사업단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발주자가 내역서를 제공해 입찰하는 내역입찰제가 아니기에 공사비내역서를 공개하지 않아도 공사비 검증 등 적법한 절차가 충분했다는 주장이다.
현대건설 시공사업단은 또 지난 2019년 12월 강동구청에 '예정공정표'가 이미 제출됐고 지난해 7월에도 감리단의 승인을 받아 공정표를 한번 더 제출한 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8월에도 조합의 공사지연 발생 사유에 따라 조합과 감리단에 수정공정표를 제출한 바가 있다며 조합이 주장하는 '깜깜이 증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은 '공정표'를 통해서는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증액 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도급 계약 등 공개 할 수 없는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공사비내역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라며 "3조억원 규모 사업에서 5200억원이 증액됐는데 조합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역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청에 제출한 공정표에는 구체적인 증액 명목이 전무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정표를 통해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증액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며 "공사비 증액의 투명성을 증명하기 위해 공사비내역서까지 공개하라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합은 현 갈등 상황 관련해서 오는 15일 오전 10시 강동구청의 중재로 조합 대의원, 현대건설 시공사업단 현장 소장들이 참석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조합과 현대건설 시공사업단의 입장이 지속해서 엇갈리며 두 측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합 관계자는 "15일 조합장이 아닌 대의원 등이 나설 예정이며 시공사 측에서도 결정 권한이 있는 책임자가 아닌 현장 소장들이 참석하기로 해 의미가 있는 대화가 오갈 지는 모르겠다"라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현대건설의 의지를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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