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이재명-윤석열 두 거대 양당 대선 후보들이 가족리스크로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후보는 첫째 아들의 상습 불법도박 의혹을 인정하면서 "아비로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고,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두 후보 모두 빠른 사과로 사태 수습에 나서고는 있지만 최근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또, 여야는 신속한 사과와 함께 상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후보 가족 논란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오전 장남 이동호 씨(29)에 대한 불법 상습 도박 의혹 보도가 나온 지 약 4시간 만에 입장문을 내고 "자식을 가르치는 부모 입장에서 참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과 약 2시간 뒤에는 이 씨가 한 포커 커뮤니티에 마사지 업소 이용 후기를 올린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성매매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이재명-윤석열 두 거대 양당 대선 후보들이 가족리스크로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왼쪽)와 윤석열 후보(오른쪽)./사진=김상문 미디어펜 기자
민주당은 이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들의 상습도박, 성매매 의혹이라는 악재가 혹여라도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까 바짝 긴장하면서 윤 후보에 대한 비판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7일 이 후보 아들 논란에 대해 "선출직 본인 다음으로 배우자는 굉장히 검증을 세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녀들은 (중요도에서) 조금 밑이다"라며 윤 후보 가족리스크에 방점을 찍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이날 이 후보 아들의 도박 및 성매매 의혹 관련해 “김건희씨 의혹을 덮기 위해 후보자 아들 문제를 터뜨렸다고 생각한다”며 화살을 윤 후보 쪽으로 돌렸다.
이에 윤석열 후보 측은 과거 이재명 후보가 과거 도박을 '나라 망할 징조'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 "아들의 상습 도박 중범죄에 대해서는 '카드게임 사이트 유혹'에 빠진 치료대상 쯤으로 치부해 버렸다"고 맹공을 가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이 후보가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아들을 두고 '못난 행동'이라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얼버무렸다"며 "이 후보의 사과 방식을 보면 지난번 끔찍한 '모녀살인사건'을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 둔갑시켜 사과한 일이 오버랩 된다"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이 후보는 경기도 성남시장이던 지난 2012년 6월 자신의 트위터에 "나라 망할 징조 두번째는 도박"이라며 "대한민국은 나라가 나서 경마·경륜·경정·주택복권·체육복표·로또 급기야 연금복권으로 노인들 주머니 털기까지, 나라가 '권장'하는 도박은 너무 많이 숨이 찰 지경"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도 17일 "이재명 후보 아시다시피 전과 3범, 4범 이렇게 되고, 후보 아버지도 옛날에 상습도박했다고 본인의 자서전에 그렇게 적혀 있다"며 "아들까지 상습도박을 사실상 자백한 게 됐으니 '3대를 이어서 범죄자 집안 아니냐' 이런 얘기가 당연히 나오는 것"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그러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윤 후보가 '공식 사과'라고 할만큼 제대로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파장이 커지는 등 상태가 악화되자, 윤 후보는 17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김건희 씨 허위 경력 논란에 공식 사과했다.
윤 후보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지난 14일 김 씨가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임용 지원서를 제출할 때 기재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이력과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로 재직했다는 부분이 허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도 계속되는 윤 후보 가족 논란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이긴 하나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12월 14일~15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를 16일 발표한데 따르면 이 후보 35.4%, 윤 후보 33.3%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3.1%p)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내이지만 앞섰다는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지난주에 저희에게 호재가 별로 없었고, 우리 측 악재가 선반영됐으나 이 후보 가족 문제도 꽤 심각한 사안들이 제기돼서 곧 반영될 것"이라면서도 "이건 완전히 정치평론가로서 이야기한 것이고 당대표로서는 환장하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