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광폭보이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의 행보에 경고등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 회장의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에 대한 공정위 전원회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은 공정거래법의 법률 요건에 맞지 않아 무혐의라는 의견이 제기 되고 있지만 글로벌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최 회장의 입장이나 경제 현실에는 달갑지 않은 사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출석을 위해 관련 자료를 들고 차에서 내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사익 편취 의혹 사건과 관련한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검찰 고발 여부 등을 오는 22일 결정한다. 이날 전원회의에는 최 회장이 직접 출석했다. 대기업 총수가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원회의는 민사재판처럼 당사자 참석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최 회장측의 요청에 따라 기업 비밀과 관련한 일부 심사 과정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공정위의 최대 쟁점은 이른바 사업 기회 유용 여부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한 것이 SK(주)의 사업 기회를 부당하게 가로챈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은 특수관계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한 회사에 대해 상당한 이익이 될 만한 사업 기회를 제공해선 안 된다.
SK(주)는 지난 2017년 1월 LG가 보유했던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실트론의 지분 51%를 주당 1만8139원, 총 620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같은 해 4월 우리은행 등 채권단과 KTB 사모펀드는 나머지 지분 49%를 공개 매각했다.
이때 SK(주)는 회사 분할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전체 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갖추기 위해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KTB 사모펀드가 보유한 지분 19.6%를 주당 1만2871원에 총수익스왑(TRS) 방식으로 인수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라진 만큼 최초 매입한 지분에 비해 약 30% 저렴한 가격에 취득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4%에 대한 최 회장의 인수 부분이다. 최 회장은 이를 2535억원, 주당 1만2871원에 TRS 방식으로 매입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SK(주)가 남은 지분을 저렴하게 100%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최 회장에게 인수 기회를 넘겼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지난 2018년 사건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 사무처는 위법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SK 측에 발송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주주 계열사 지분 취득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오히려 책임경영,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권장돼 왔다.
총수의 계열사 지분 투자가 '총수가 기업가치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는 장점이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특히 그동안 정부·학계·시민단체 등도 "총수가 일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며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책임경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에 최 회장의 SK실트론 주식 매입은 사익편취보다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풀이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공정거래법상 사업 기회 유용에 대한 판례가 거의 없다고 이번 사건으로 총수의 지분 매입 자체가 사업 기회 유용, 나아가 분명하게 이익을 취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최태원 SK회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2021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존 오소프 상원의원(조지아주)에게 책을 선물받으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SK 제공
이에 SK는 최 회장이 공개경쟁입찰로 해외 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잔여 지분을 인수한 만큼, 사업 기회 유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재계에서는 최 회장에 대한 공정위 재제는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이 나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자유기업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열림홀에서 '기업경영의 자유와 총수의 책임경영'을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했다.
이날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SK실트론 사건, 사업기회 아닌 책임경영이다'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최태원 회장의 지분 인수는 공정거래법상 어떠한 위법성도 없었다"며 "공정거래법의 적용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고발 즉시 기각됐어야 할 사건을 공정위에서 3년간이나 조사한 것은 무리한 법률 적용이다"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와 관련된 동일한 규정이 상법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는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며 "사업기회 제공 문제는 전통적으로 회사법에서 다루는 이슈이므로 공정거래법상 규정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최 회장은 SK(주)를 통해 코로나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좀더 원활한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된다는 의견도 있다.
SK(주)는 오는 2025년까지 구사업 조정 16조원, 투자 사업 처분 20조원, 전략적 투자 유치 10조원 등 총 46조원을 마련해 첨단 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 분야에 대한 포트폴리오 확대 작업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을 밝히며 지속가능한 미래신성장동력 만련을 위해 노력중이다.
이를 통해 SK(주)는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을 올해 1조5000억원에서 2025년 6조4000억원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 회장이 직접 참여해 빠른 의사결정과 함께 꾸준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제계 맏형이자 대한상의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중인 최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대한민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코로나19에 따른 혈액 부족 사태 해결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구성원 헌혈 릴레이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최태원 회장은 미국과 유럽을 방문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는 등 '글로벌 스토리' 경영 본격화를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해 꾸준히 신성장동력마련에 전념하고 있다.
글로벌 스토리는 최근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 화두 중 하나로, SK가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 밖에도 최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글로벌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주)를 통해 백신개발과 함께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수소와 배터리 분야의 투자 역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고, ESG경영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지속가능한 미래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총수나 경영진의 지분투자는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책임경영 의지의 표출로 판단된다"며 "긍정적인 효과는 무시한 채 모호한 해석에 의해 해당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진다면 향후 기업의 지분투자는 크게 위축될 것이고 이는 대한민국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기업 입장에서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