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성계는 국민의힘이 '페미니스트'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윤석열 대선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영입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신지예의 국민의힘 합류는 한국 정치가 그동안 여성 정치인을 영입해왔던 구시대적인 방식"이라며 "여성 유권자 지지층을 확대하겠다면서 '페미니스트 인사'를 영입하고 여성을 공허한 기호로 사용해왔고 이 사태 또한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지예 씨가 국민의힘으로 간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다. 축하하기 어렵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신지예에게 기꺼이 표를 주었던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당신께서 택하신 길에 축하를 보낼 수 없는 여성 시민들의 배신감을 생각하면 그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이어 "신 씨는 정권교체 필요성을 말하며 윤석열 후보를 돕겠다고 하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 서로간에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정권교체가 진짜 교체가 맞느냐"면서 "개인적으로 신 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그 당이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게 가능할지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출마했던 신지예 시장 후보의 공보물. /사진=중앙선관위 제공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신지예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던 손희정 문화평론가도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이 꿈꾸는 평등한 세계가 여성혐오 팔이로 남성 청년 표심을 노리고 '여자가 우연히 더 많이 죽었다'고 말하는 정치인들과 어깨를 걸고 함께 올 리가 없다"며 "국민의힘 행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페미당 창당모임인 페미니즘당도 "신지예 전 대표의 국민의힘 선대위 합류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페미니즘당은 성명서를 통해 신 대표에게 "윤석열 선대위 새시대준비위원회 합류는 그를 신뢰하고 지지한 사람들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신지예 전 대표가 속했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20일 "오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대표직 사임의사를 밝히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대위 산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직을 수락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 대표의 결정은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와 사전에 논의된 바 없으며, 조직적 결정과 무관한 일"이라며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에 관심과 후원, 지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심려와 혼란을 야기한 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신지예 전 대표의 영입은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경민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누가 영향력 행사하는 수준으로 뜨면 국힘이 영입해 몇 번 쓰고 버리면 된다"며 "그러면 페미로서의 영향력은 사실상 소멸"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이는 페미 진영의 단일 대오를 보수 정당이 충분히 흔들 수 있다는 뜻도 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 해당 SNS 글에 대해 논란이 일자, 이 부대변인은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와 관련해 21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질문이 나오자 "우리 사회에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상대 후보 상대 정당의 선거전략으로 하는 정책이나 인재 영입에 대해 제가 구체적으로 비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