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유발하는 '군납 입찰' 기준 완화된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앞으로 군납 입찰 시 일반 물품과 동일한 적격심사기준을 적용하게 되며, 내년 하반기까지 조달청 군수품 적격심사제도가 폐지되고 일반물품기준을 통합 적용하게 된다.

이로써 군납 입찰에서의 담합 유발 등의 불공정행위가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혁신경쟁을 가로막고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유발하는 총 32건의 경쟁제한적 규제를 대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과제 발굴은 시장분석 결과, 공정위 사건처리 과정에서 포착한 제도개선 사항 검토를 기반으로 사업자단체 등 정책수요자 및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이뤄졌으며, 소관 부처 협의 그리고 국무조정실 조정회의를 거쳐 개선키로 최종 합의했다. 

과제별 주요 개선 과제는 담합 등 각종 불공정행위를 유발하는 규제·제도 6건이다.

그동안 군납 입찰의 적격심사기준은 납품실적이나 기술능력에 높은 배점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실적 건수가 적은 신규 사업자는 진입이 어려워, 소수의 기존 사업자 간 담합을 유발하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에 공정위에서 조치한 군납 미트볼, 돈가스 입찰 담합 건의 경우에 적격심사를 통과해서 낙찰자로 결정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3개 사에 불과해, 해당 업체들이 8년간 담합을 지속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 

이에 공정위는 군납 입찰 시에 일반 물품과 동일한 적격심사기준을 적용해 실적 기준을 완화했으며, 2022년 하반기까지 조달청 군수품 적격심사제도를 폐지해 일반물품기준을 통합 적용키로 했다.

제조입찰의 경우, 납품실적 10점에서 5점으로, 기술능력은 20점에서 10점으로 완화된다.

이로 인해 앞으로 실적이 부족한 신규 사업자도 군납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돼, 소수의 기존 군납업체 간 담합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다.

또한 꼬리곰탕 등 군납 식자재의 구매요구서를 간소화하고, 구매납품과 제조납품이 모두 가능한 다수공급자계약 방식을 점차 확대해, 우수한 시중 상용품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게 됐다. 

종전에는 군 급식류는 구매요구서상 모든 함량이나 가공법을 필요 이상으로 상세히 규정하고 제조납품만을 원칙으로 발주하고 있었으나, 이 경우 군납입찰에 참가하려면 군납전용 제조설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세 번째로 계란 거래가격이 시장 수급에 따라 투명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계란공판장을 개설해 온·오프라인 입찰방식을 도입하고 거래가격이 공표된다. 

기존에는 가격 미결정 상태에서 유통상에 공급해서 대금을 사후정산하는 방식으로, 유통업체들이 농가에 지급하는 가격기준을 양계협회가 기준으로 삼아 실거래가격과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실제 대금을 정산할 때 큰 폭으로 할인이 들어가는 문제들이 발생했다. 

예를 들면 2000년 6월 양계협회 고시가격은 1292원인데, 실거래가격은 약 927원이었다. 이로 인한 가격 차이로 정산 시에는 대금할인이 이뤄지고, 이는 농가에 여러 가지 불만이 초래되는 문제가 생겨났다. 

이 사항은 이미 일부 시행되고 있으며, 가격 공표는 2022년 중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에서 감정평가법인만 수행할 수 있었던 공유재산 관련 감정평가업무를 개인 감정평가사도 수행할 수 있게 개선했으며, 이는 2022년 상반기 중에 공유재산관리조례 시행규칙을 개정을 통해 이뤄질 방침이다.

또 단일기관(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독점 수행해 온 환경성적표지 인증업무와 의료기기 품질책임자 교육업무를 일정한 지정요건을 갖춘 복수의 민간기관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시장에 경쟁원리가 도입되게 된다. 

이와 함께 학원 교습과정 등록 시 시설기준도 완화됐다.

대구시, 울산시, 세종시,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 6개 시·도 내 학원은 입시·검정·보습 및 진학지도 중 가장 큰 면적 기준만 충족하면, 여러 교습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사업자에 대한 제재기간 만료 후에도 정부·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입찰 적격심사 시 감점하는 규정 삭제 △환경 관련 신기술 인증을 받은 경우, 시공능력 평가 시 우대 △맨홀 뚜껑 소재 국가표준 개선 등, 혁신을 제한하는 기술 규제가 개선된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학원 등록기준 개선 시·도 선정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밀집도가 문제될 수가 있어, 학생 밀집도가 낮은 순으로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개선 합의가 이뤄진 32개 과제에 대해서는 소관 부처나 관련 기관의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관리하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