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 탓에 전 세계 항공사들의 비행편 취소가 잇따라 여행객들이 큰 혼란에 빠지는 등 '항공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주기된 대한항공 여객기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연합뉴스는 미국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어웨어(FlightAware)를 인용, 지난 23일부터 크리스마스 다음 날까지 나흘간 전 세계에서 7000편에 가까운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크리스마스 연휴 시즌 덕에 항공기 이용 수요는 크게 늘었다. 그러나 오미크론의 확산세에 항공사 직원들이 감염되거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일을 못하는 상황이 속출함에 따라 인력난이 심화한 탓이다.
게다가 일부 비행 구간은 악천후까지 겹쳐 결항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미국 서부 시간 기준 오후 6시 20분(한국시간 25일 오전 11시 20분) 이날 취소된 항공편은 2407편, 성탄절인 25일 운항 중단을 예고한 운항 편수기는 1873편으로 증가했다. 앞서 23일에는 2233편이 운항을 취소했고, 26일에는 477편에 대한 취소가 예고됐다. 이중 미국 국내선·국제선의 결항 사례가 전체의 25%를 차지한다.
항공기 운항 지연 사태도 속출했다. 24일 하루에만 전 세계에서 1만여 편 여객기가 정시 운항에 실패했다. 결항·지연은 갈수록 늘고 있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각국 항공사들은 오미크론 확산 이후 승무원 감소로 항공편을 취소한다는 입장을 연달아 내놓기도 했다. AP통신은 미국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이 오미크론과 관련, 직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당수 항공편에 대해 결항 조치했다고 전했다.
유나이티드항공 관계자 "이번 주 전국에 걸친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은 비행기를 운항하는 항공 승무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델타항공 측은 "여객기 항로를 변경하고 대체기를 투입하는 등 모든 선택지와 자원을 소진했다"고 언급했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은 조종사들의 병가 사례가 증가했다며 미국행 등 대서양을 건너는 비행기 수십편을 취소한다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호주에서도 많은 항공사 직원들이 코로나 밀접 접촉자로 확인됐고, 이에 따라 출근을 못 하게 되는 등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손이 모자라 항공기 정상 운항이 어려워져 미국 항공업계 로비 단체 '에어라인스 포 아메리카'(A4A)는 직원들의 격리 기간을 현행 10일에서 5일로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송부하기도 했다.
여행객들은 무더기 결항 사태에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받고자 미국 공항 검사소에서 180달러(한화 약 21만4000원)를 지불했던 사람들은 비행기가 뜨기를 마냥 기다리거나 발길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부 공항에서 여행객들은 전날 항공기 결항으로 인해 바닥에 매트를 깔고 담요를 덮은 채 밤을 보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일부 여행객은 항공편을 다시 예약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고, 또 다른 사람은 여행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즈는 "미국의 여행객 수천명이 막판에 항공편 취소를 통보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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