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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프리즘] '압구정 백야' 임성한 작가는 왜 자꾸 산으로 갈까?

2015-03-19 17:56 | 김연주 기자 | office@mediapen.com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갈수록 웃기려 한다. 개콘보다 욕심을 낸다. 근데 안웃긴다. 방송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압구정 백야’ 이야기다.

어느새 정상적인 인물이 모두 사라졌다. 하나같이 콩트에 등장하는 개그맨처럼 느껴진다. 18일 방송에서는 ‘중전마마 코스프레’까지 등장했다. 황당해 웃음도 안 나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는 배우들은 오죽하겠냐’

   
▲ MBC '압구정 백야' 캡처

임성한 작가의 조카 백옥담은 주인공을 압도하는 분량으로 ‘압구정 선지’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큰 웃음을 주고 있다. 18일 방송의 주인공 역시 백옥담이었다. 극중 육선지는 친구들과의 모임에 가기 위해 미용실에서 쪽진 머리를 하고 중전마마 한복을 입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른들이 다리를 내놓고 다니는걸 안 좋아하셔서”란다.

대놓고 웃기려고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황당하기만 했다. 이런 친구가 모임에 나오면 밥만먹고 헤어지고 다시는 안 부른다. 2012년 방송된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김붕도가 인현왕후를 데리고 현대로 왔다고 해도 백옥담보다는 덜 어색했을 것 같다.

매회 한 두 번씩은 등장하는 이런 황당한 장면은 임성한 작가의 특성이라고만 보고 넘어가기 어렵다. 임 작가는 이런 황당함을 통해 화제를 만들어내고, 화제는 곧 시청률과 직결된다는 것을 여러번 경험했다. 시청률 상승에 따른 ‘연장 또 연장’을 위해서는 배우들이 연달아 죽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귀신에 빙의되기도 한다. 한복? 그건 애교다.

   
▲ MBC '압구정 백야' 캡처

이날 방송에는 과부 며느리를 얻어 분노가 극에 달한 오달란(김영란)이 결국 폭발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아들 육선중(이주현)이 며느리 김효경(금단비)에게 다이아몬드 3캐럿을 선물했다는 이유였다. 악을 쓰며 커튼을 뜯는 그녀의 모습이 분노에 차 있기 보다는 그냥 안쓰러웠다. 시쳇말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고나 할까.

결혼식 직후 어머니 병문안 갔다가 건달의 주먹 한 방에 죽고 만 조나단(김민수)이 반짝 이슈가 되며 시청률 16%를 찍은 이후 ‘압구정 백야’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이제는 이 엽기적이고 황당한 설정들에 면역돼버린 탓이다. 이제는 외계인쯤 나와줘야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먼저 작가에게 묻고싶다. 드라마 제목은 왜 ‘압구정 백야’인지. 방송사가 있는 목동 백야도, 여의도 백야도, 상암 백야여도 문제없을 것 같은데…. 기획의도 역시 ‘방송가를 배경의 순수한 가족 이야기’라는데 잠깐, 어제 시어머니가 아들이 과부 며느리한테 다이아 선물했다고 어떻게 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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