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탈환이냐, 수성이냐.'
도지사·광역시장과 시군구의 장, 풀뿌리 지방의회 의원들을 뽑는 제 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가 열릴 내년 6월 1일까지 일수로는 152일 남았다.
가장 큰 변수는 석달 앞서 치러질 대통령선거 결과다. 대선 승리가 6·1 지방선거 결과와 연동되어, 대권을 잡는 정당이 지방권력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2017년 5월) 이듬 해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 때에도 시장·도지사 17곳 중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국정 안정'을 바란 국민 여론에 힘입어 14곳을 싹쓸이하며 압승을 거둘 정도다.
당시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자치단체의원은 후보 배경이나 이력과 무관하게 '민주당이면 누구나 된다'는 인식이 확산했을 정도로 대선 영향을 받았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지방정부·의회까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만큼 양측의 전운은 고조되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사진=(좌·우)미디어펜, (중)국민의힘 제공
민주당 쪽에서는 행정부와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재차 거머쥐면 장기 집권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민주당은 과거 분당 등의 사유로 탈당한 인사들에 대해 일괄복당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승리가 유력한 지역에서 여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할 경우 '해체' 수준의 전면 개편이 필요한 상황에 부딪힌다.
다만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꺾어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지방선거 압승을 통해 지방권력을 국민의힘의 정치 기반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인천시장 등 '수도권 빅 3'의 경우, 양측의 희비를 가를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서울과 인천에서는 오세훈·박남춘 현 시장의 재도전이 예상된다. 이들의 수성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서울의 경우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4월 보궐선거 이후 1년 만의 리턴매치로, 여야가 물러설 곳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우상호 민주당 의원·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재도전이 유력한 오 시장 외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오신환·윤희숙 전 의원이 대항마로 꼽힌다.
경기도는 복잡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빈자리를 놓고 여야의 '포스트 이재명'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후보군만 여야 전현직 장관에 중진들이 대거 몰리면서 자천타천 20여명에 달한다.
여당에서는 유은혜 교육부총리·전해철 행정안전부장관을 비롯해 조정식·안민석·김태년·박광온·박정 의원 등의 출마가 예상된다.
야권에서는 심재철·정병국·주광덕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른 변수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꼽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고 대통령 선거에 파묻혀 지방선거는 유권자 관심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권 신인들에게는 최악의 선거가 될 전망이다. 가가호호 집집마다 방문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됐기 때문에 신인이 지역구 사람을 제대로 만날 기회는 협소할 지경이다.
또한 대선전에 치중하고 있는 각 정당들은 지방선거 예비출마자들에게 개인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대선 승리에 힘을 보태라는 지침까지 비공개적으로 내린 것으로 일부 알려졌다.
이는 대선 결과가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지방선거가 영남·호남을 제외하고 대선 결과에 따라 예상하는대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여당의 정권 유지냐, 야당의 정권 교체냐에 따라 지방선거 판세가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