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2022년 새해를 앞두고 5일간 노동당 전원회의를 진행한 결과가 1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됐지만 김정은 당 총비서의 대남·대외 메시지는 없었다. 앞서 4일간 진행해오던 회의를 5일간 열면서 이목을 끌었으나 김 총비서의 육성 신년사 연설도 없었다.
노동신문은 1일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대남·대외정책과 관련해서는 66자에 불과한 언급에 그쳤다. 김정은 총비서가 국제정세 및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처해 남북관계와 대외적으로 견지해야 할 원칙 및 전술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히면서도 종전선언이나 베이징올림픽에 대해서 침묵했다.
특히 대남·대외 관련 언급은 김 총비서가 2022년도 당과 국가사업의 중심 방향과 원칙적 문제 및 투쟁 방침을 제시한 대목에서 경제, 농업, 경공업, 임업, 국토 관리 및 도시경영, 과학, 교육, 보건, 문화, 출판 다음 국방 부문을 언급하면서 덧붙여졌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국방 부문 앞에 나서는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다”면서 “다사다변한 국제정치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해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김정은 총비서가 그동안 밝혀온 신년사 또는 신년사를 대체하는 발표 가운데 남북관계 및 대외정책에 대해 가장 짧게 언급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대외 메시지를 비공개 처리했으며, 현재로서는 종전선언 제안이나 북미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에 북한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중심으로 대남·대미 분과위 토론을 진행한 것은 사실인 만큼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앞서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원칙을 토대로 한 2022년도 대외정책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된 것으로 관측했다.
따라서 현재 북한은 오는 3월 한국의 차기 대통령선거와 미국의 연초 4대 전략보고서 발표 등에 대비해 신중한 정세 관리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4월로 예정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 총비서의 구체적인 전략·전술적 태도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북한 노동신문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가 2021년 12월27일부터 3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1일 보도했다. 사진은 31일 사회를 진행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모습. 2022.1.1./사진=뉴스1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총비서는 이미 대남·대미정책과 관련한 원칙을 지난 시정연설 및 국방전람회 연설을 통해 밝힌 바 있고, 현 시점에서 재천명하지 않는 것은 수위조절을 하려는 측면이 있어보인다”며 “대남·대미 분과위에서 주변 정세의 가변성을 고려해 수동적이고 반응적인 대외·대남 정책을 토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결정서 보도에서 대남·대미정책은 비공개 처리한 것은 이 분야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도 대남·대외 분야에 대한 고려가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겸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이번에 남북관계와 대외정책에 대해 언급한 글자 수는 66자로 전원회의 보도 기사(제목 제외)의 글자 수 1만4896자의 0.4%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1%도 되지 않는다”며 “이는 올해에도 대남·대미 접촉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국경을 계속 폐쇄한 채로 중국과 꼭 필요한 최소한의 교역만을 진행하면서 자력갱생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실장은 “현재로서는 북한이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이나 미국과의 대화에 호응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북한이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석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외 접촉을 하기 쉽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대외 활동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상황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대외 정세 속에서 굳이 새롭고, 전향적인 입장을 표출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별도의 대외관계 담당 분과위원회까지 구성해 연구하고 협의한 것으로 보서 국제정치정세와 주변환경에 대한 심층적 분석 및 평가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지고, 남북 및 북미 관계와 관련한 입장을 어떤 식으로든 공개할 가능성은 열려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남·대외정책을 비공개한 것은 올해 1/4분기 정세 변수들을 고려한 것”이라며 “3월 한국의 대선, 1~3월 미국에서 발표되는 4대 전략보고서인 핵태세검토보고서(NPR), 국가안보전략서(NSS), 4년 주기 국방검토보고서(QDR), 국방전략서(NDS)와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미중 전략경쟁구도 등을 신중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김정은 총비서는 한국과 미국 등 정세 변화와 한미연합훈련까지 지켜본 뒤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구체적인 전략·전술적 태도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