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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신용자 반기는 곳 없네" 인터넷은행 대출 '희비'

2022-01-02 09:39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인터넷은행 3사가 새해를 맞아 대출재개에 나섰다. 출범 9일만에 대출을 중단했던 토스뱅크가 지난 1일부터 모든 신용계층을 대상으로 대출을 재개했고, 케이뱅크도 고신용자 대출을 재개했다. 반면 업계 1위인 카카오뱅크는 새해에도 고신용자 대출을 중단하는 대신 주택담보대출과 중금리대출을 강화한다는 강수를 내걸었다. 

고신용자 대출이 재개된 점에서 당분간 대출 적체현상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별 여신가능한도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고,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숙제도 떠안고 있어 고신용자 대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 사진=각사 제공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는 새해를 맞아 차주 맞이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토뱅이다. 토뱅은 지난 1일 오전 11시부터 신용대출 영업을 재개했다. 토뱅이 제시한 최저 금리는 연 3.32%이며, 최고 한도는 2억 7000만원이다. 예비 차주는 사용한 만큼만 이자를 부담하는 '토스뱅크 마이너스 통장', 최대 300만원 한도의 '토스뱅크 비상금 대출'을 취사 선택할 수 있다. 

특히 토뱅은 고신용자부터 중·저신용자까지 전 계층이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내걸었다. 자체 신용평가모형에 따라 고객을 맞춤형으로 분석, ‘실질소득'을 기반으로 신규 대출여력을 판단하는 까닭이다. 

토뱅 관계자는 "고객들을 신용점수에 따라 편가르지 않고, 동등한 대출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고객의 신용점수를 진입장벽으로 삼는 대신, ‘건전한 중·저신용자’를 발굴해 폭넓고 합리적인 대출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 등 중·저신용자 고객의 신용도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뱅도 고신용자 대출을 재개했다. 케뱅 관계자는 "원래 계획대로 (고신용자 대출을) 재개한다"고 말했다. 케뱅은 올해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외에도 아파트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중금리대출 등을 적절히 혼용해 보수적인 영업을 펼칠 계획이다. 고신용자들의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수요가 상당하고 중·저신용자 대출도 맞춰야 하는 만큼, 공격적인 영업은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 선두주자 카뱅이 새해에도 고신용자 대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카뱅에 따르면,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신규 판매를 새해에도 잠정 중단한다. 카뱅은 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지침에 따라, 지난 10월부터 고신용자 신규 대출을 내어주지 않고 있다. 현재 대출 재개일정은 미정이며, 시장 여건을 고려해 조율한다는 입장이다. 카뱅 관계자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가계대출총량 관리 계획을 준수하며 고신용 고객 대상 신용대출보다는 중저신용 고객 대상 대출 확대에 최우선 순위를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단을 두고 카뱅이 사실상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해에는 (고신용자 대출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난 연말에 대출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어 깜짝 놀랐다"며 "카뱅 이용자가 많은 데다 주담대 신상품이 출시되면 반짝 효과가 있다보니 그런 점을 여러모로 고려한 것 같다"고 전했다. 

카뱅은 고신용자 대출 대신 중저신용자 대출과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이를 위해 카뱅은 전월세보증금대출에 이어 내년 1분기 중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상품 출시를 위한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카뱅을 제외한 두 은행이 고신용자 대출을 재개한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인터넷은행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시중은행과 달리 적용하겠다고 밝힌 점은 고무적이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출입기자단 송년인사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에 대해 4~5%대로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은행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새로 출범한 토스와 케이뱅크 등에 대해서도 여건을 고려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중·저신용자 대출 등도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려고 협의 중인 단계이며 곧 마무리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다만 고 위원장이 그동안 가계부채 축소에 대한 강경입장을 재차 강조했고, 카뱅이 해를 넘기기도 전에 몸 사리기에 들어간 점을 비춰 볼 때 극적인 한도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새해 대출증가율은 아직 당국과 협의 중이라 알 수 없다"면서 "최대한 많은 고객들이 대출 수혜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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