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2022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언제나 하는 얘기지만, 올해는 특히 중요한 해가 아닐 수 없다. 오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 5년 간의 대한민국이 어떤 길을 걷게 될 지를 국민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부동산이 만드는 ‘신 계급사회’ 어떻게 막을 건가?”. 필자가 지난해 11월 23일 쓴 데스크칼럼 제목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초래하는 자산 불평등과 계급 고착화를 막는 것이 여야 대선후보 누가 집권하든, 가장 큰 숙제라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결코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보고서가 나왔다. 작년 12월 ‘세계 불평등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다.
한국은 소득 수준에 있어서는 서유럽처럼 부유하지만, 불평등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평균 소득은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3만 3000 유로(약 3843만원)로 서유럽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는 상위 10%가 1인당 15만 3200 유로(약 1억 7850원)을 벌면서 국가 전체 소득의 46.5%를 ‘독식’하는 반면,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0%를 가져갈 뿐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한국 경제가 1960~1990년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성장, 불평등이 심각해졌다고 비판했다.
1990년대 이후 국가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10%포인트 늘어난 데 비해, 하위 50%의 비중은 5%포인트 줄어,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졌다.
‘부의 불평등’은 한 술 더 뜬다.
상위 10%의 부자들이 보유한 부는 평균 105만 1300 유로(약 12억 2508억원)에 달해, 우리나라 전체 부의 58.5%를 차지한다. 그러나 하위 50%는 평균 2만 200 유로(2354만원), 전체 부의 5.6%에 불과하다.
즉,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상위 10%와 하위 50%의 격차는 14배, 부로 따져보면 무려 52배나 차이가 벌어진다.
보고서는 또 남녀 양성이 평등한 나라에서는 여성들의 근로소득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러나 한국은 전체 근로소득에서 여성의 점유율이 2020년 기준 32.4%에 불과하다. 서유럽은 이 비율이 38%, 동유럽은 41%에 이른다.
아울러 한국의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 14.7톤(CO2 환산 기준)인데, 상위 10%가 54.5톤을 내뿜을 때 하위 50%는 6.6톤을 방출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부유층의 자원 소비가 많다는 의미다.
다른 보고서나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한국의 소득 및 부의 불평등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런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4차 산업혁명, 기후위기 등 우리 앞에 가로놓인 당면 현안들이, 이런 불평등과 불균형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비대면 사회와 신기술, 신산업이 앞서가는 엘리트 계층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소외 계층에게는 더 깊고 큰 '질곡'에 빠지게 하는 것.
이런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최근 저서 ‘왜 우리는 불평등한가’에서 “한국에서는 소득불평등의 심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 뿐만 아니라,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불평등이 유독 심각하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선진국 진입은 어렵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적인 석학 토마 피케티를 소환, 우리 사회에 ‘메스’를 들이댄다.
피케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자본소득의 몫이 늘고 노동소득은 줄면서, 불평등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도로 심해졌다며, 특히 이젠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세습 자본주의’의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한국 경제와 우리 사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해결해야 할, 최대 난제인 것이다.
여야와 이념, 정파를 떠나, 정치지도자들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성찰하고, 대안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과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묻고 싶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