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효성그룹이 지난해 3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올해도 유사한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현준 회장이 5년간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육성에 기울인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효성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그룹의 실적을 이끈 1등공신으로 불린다.
올해는 글로벌 설비 증설의 영향으로 지난해 보다 수익성이 저하되겠으나,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스판덱스 판가와 마진이 각각 톤당 1만814달러·6507톤 등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고, 증설분의 36%를 중국·터키·브라질·인도 등에 조성되는 효성티앤씨 공장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의류와 수영복 및 마스크 등이 글로벌 스판덱스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으며, 판매량도 전년 대비 17%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마진이 대폭 하락하지 않는 이상 올해 실적이 지난해에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불거지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도 우호적인 환율과 타이어코드 수급 여건 덕분에 지난해(약 46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시현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중이다. 글로벌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 수요가 지난해 대비 5% 가량 확대되고, 스틸코드 가격 강세도 이어지는 것이 수익성 향상을 이끈다는 것이다. 글로벌 PET 타이어코드 시장 내 효성첨단소재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 생산력을 2500톤 가량 늘린 아라미드를 앞세워 5G·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올 여름 탄소섬유 2500톤 증설분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소경제·항공우주·친환경차를 비롯한 산업의 성장에 따른 수혜도 입겠다는 전략이다.
효성화학은 베트남에서 5년간 1조5000억원을 들여 만든 △액화석유가스(LPG) 부두 및 저장시설 △프로판탈수소(PDH) 공장 △폴리프로필렌(PP) 공장에 힘입어 PP 생산력을 60만톤에서 120만톤으로 끌어올리게 됐다.
중국-호주 무역분쟁 등으로 석탄값이 오른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LPG를 원료로 하는 건설용 PP와 경쟁관계에 있는 폴리염화비닐(PVC)의 원가경쟁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올 1분기로 예정됐던 정기보수를 지난해 4분기로 앞당겼고,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폴리케톤도 자동차향 판매로 가동률이 20% 가까이 높아지면서 적자폭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오른쪽)과 빌 하거티 미 상원의원/사진=효성그룹
효성중공업은 건설부문 원가부담 가중이라는 리스크 속에서도 영업이익을 지난해 1000억원대 초반에서 올해 13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 멤피스에 위치한 공장은 연산 60대의 초고압변압기를 앞세워 1억달러 상당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은 바이든 행정부가 1조2000억달러를 전력망과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정책을 활용하고,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스태콤)를 앞세워 미국·중동·동남아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늘어나는 지역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스태콤은 전력 흡수·공급을 통해 송전선로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제품이다.
부산시·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손잡고 부산지역 우휴 국유지에 액화수소 충전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부산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2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점유율 1위(3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3년 5월까지 전국 30여곳에 대형 상용차를 위한 수소충전소를 조성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효성그룹 영업이익은 2조70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라며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기반으로 수소경제 트렌드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라며 "그린·블루수소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리사이클 섬유 '리젠' 판로를 확대하는 등 친환경 사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