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에 올린 해시태그 ‘멸공’이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반면, 야권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입하는 인증샷을 올리는 등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심심찮게 올리고 있다. 이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정 부회장이 ‘멸공 정용진’이라고 불린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일에도 숙취 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6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을 올린 뒤 ‘멸공’ 해시태그를 달았다가 삭제했다. 이 게시물은 한국 정부가 중국 외교부의 무례한 태도에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했다는 취지의 기사와 함께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조국 전 장관의 포스팅을 캡쳐해 올린 뒤 '리스팩'이라고 언급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여권 “경제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 보여야”
이에 여권에서는 우려와 조롱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용진 부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론 머스크가 말과 글 한 마디로 코인 시장이 들썩이고 트럼프 트윗 한줄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모습이 부러웠는가”라며 “사실관계도 정확하지 않은 보도 링크해서 중국을 자극하는 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세계는 앞으로 중국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본인의 그런 한 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저녁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 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라는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며 정 부회장을 저격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게재해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에 대한 멸공”이라고 반박했다. 또 조 전 장관의 포스팅을 캡쳐해 올리며 ‘리스팩’이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과 함께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이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야권, #멸치 #콩 구입하며 “공산당이 싫어요”
야권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정 부회장을 응원한다”며 “그가 멸공을 하던 친공을 하던 관심이 없지만,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의 기업 풍토에서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는 그의 용기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같은 날 조 전 장관이 “윤석열 수준”이라고 언급한 포스팅에 반박이라도 하듯 신세계의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입하는 장면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그는 8일 인스타그램에 “장보기에 진심인 편”이라는 글과 함께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이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이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윤 후보가 밥상 물가와 방역패스 문제를 다시 점검한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멸공’에 응원을 보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멸치와 콩의 앞 글자를 따면 ‘멸콩’이 되는데, 단어의 발음이 멸공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윤 후보가 ‘멸콩’ 사진을 공개하자,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입하는 사진을 게재하며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이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밖에 없을 텐데. 멸공! 자유”라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9일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이재명비리국민검증 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진태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도 오랜만에 한번 외쳐보고 싶다”며 “다 함께 멸콩 캠패인 어떠냐”고 남겼다.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멸치와 콩을 사는 사진을 올리며 ‘멸콩 챌린지’를 이어나갔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