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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 "실수요 가계대출 규제 불가피…차주 상환능력 따라야"

2022-01-10 15:17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해 국내 가계대출 규모가 18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현행 대출규제를 실수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폭증에 대한 경고를 잇따라 내놓으면서도 실수요 중심 대출은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보다 한층 강경한 평가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출이 금융권의 건전성을 약화하고, 주택가격의 장기적 조정 위험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0일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수요 중심 가계대출 규제의 필요성과 금융적 고려사항' 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규제 조치가 점차 실수요 중심 대출규제로 전환하는 논의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금융적 측면에서 실수요 중심 가계대출 규제의 핵심은 가계대출이 소득수준에 맞게 하향 안정화될 수 있도록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영업창구 / 사진=미디어펜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출한도·대출증가율의 직접적인 제한과 부동산시장의 동향을 연계한 규제가 투기적 유인을 잡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 당국이 사전에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주택가격 하락시 초래될 수 있는 LTV(담보물평가가치) 하락이나 금리상승에 따른 원리금 부담 증가 등의 위험도 사전에 차단해주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 이날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6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 5909억원으로 전년 말 709조 528억원 대비 4영업일 만에 4619억원 줄었다. 최근 일련의 대출규제로 주택 매입흐름이 일시적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이 부진한 게 원인으로 해석된다.

그는 당국의 규제가 한 발 더 나아가 실수요 중심 대출규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구 연구위원은 "대출증가율 및 대출한도 규제 등 거시건전성 조치는 대출수요의 안정화와 주택가격의 안정화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대출수요의 실체적 필요성 여부를 검증하는 미시적 기준을 마련해 보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주택시장의 상황보다 금융적 관점에서 대출 적합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두자는 것. 주택가격의 변동보다 과잉대출이나 투기적 수요로 인한 불필요한 대출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는 시각이다. 

가계부채 줄이기를 위한 다양한 해법도 제시됐다. 우선 대출상환여력 평가를 강화하고 정상적인 대출관행·문화를 정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출 실수요자를 판가름할 때 상환여력을 평가하는 적합성 검증과 대출의 목적 및 사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대출관행·문화를 정착시켜 건전한 대출만 솎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원리금분할상환 방식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기존 만기일시상환 방식이나 한도방식 대출은 차주가 이자비용만 부담하다 만기에 전액 상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월 상환부담이 적다보니 자연스레 가계대출과 금융기관별 대출증가율이 동시에 폭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리금분할상환을 의무화함으로써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대출이나 투기 목적의 대출을 억제하자는 취지다. 

나아가 원리금을 포함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를 산정할 때 세금 등을 제외한 세후 실수령액을 '순소득'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 외 사전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일반대출 등에 대해서는 실수요 대출에 적용되는 기준보다 엄격한 자기자본 규제를 추가해 금융권 레버리지를 축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느슨한 기준으로 내어주게 된 대출이 주식·코인 등의 고위험 투자재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용도가 뚜렷하지 않은 대출을 제공한 금융회사에게 BIS비율 계산 시 위험자산가중치, 예상기대손실률, 대손충당금적립비율 등을 정상치보다 높게 부과해 관련 대출 성장률을 억제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고 제언했다. 

그 외 일반 서민에게 제공되는 주택금융 지원책에 대해서는 "분양가에 연동한 방식보다 지역별 혹은 전체 가계의 평균소득 등과 연계해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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