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경제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기업의 경영 간섭은 물론, 소송 남발로 인한 국가 경제와 기업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코스닥협회는 10일 공동성명을 내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기금확충에 전력을 다해도 부족한 상황에 국민연금이 불투명한 장기 주주가치 제고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수탁자 의무 이행을 명분으로, '기업 벌주기식' 주주활동에 몰두하는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계는 전체 연금보험료의 42%를 부담하고 있는 기업들이 당장 국민연금 대표소송의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됨에도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경제계와 사전 의견수렴조차 갖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대표소송은 결과와 무관하게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업이 승소해도 기업가치의 원상회복은 어렵다. 이는 결국 기금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되고, 가입자인 국민과 주주 모두에 불이익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계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는 투자대상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를 제고하는 과정에서 회사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경영권을 지켜낼 방어수단 하나 없는 상황에서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개정안은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명목상 주주가치를 앞세운 실질적 경영 간섭에 불과하다.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주주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한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을 상정하고,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일원화해 올해부터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다음달 기금운용위 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결정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책위가 판단한다.
이에 경제계는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전 국민 노후 보장이라는 본분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며 해당 지침 개정의 전면 보류와 함께 다음 네 가지 선결과제의 이행을 촉구했다.
첫 번째로 '관련 절차 및 결정 주체 등 중요사항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연기금과 달리 국내 기업에 대해 막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은 기업경영에 대한 정치·사회적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두 번째는 '대표소송 남용 방지를 위한 대상 사건 제한'이다. 경제계는 대표소송 대상 사건을 △이사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해, △이사 개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됐으며 △해당 사실이 판결이나 당사자의 자백 등으로 확정된 경우로 한정할 것을 요구했다.
세 번재로 '대표소송 제기 실익에 대한 철저한 검증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대표소송이 헤지펀드들의 기업 압박용 위협소송으로 널리 활용되는 게 일반적인 만큼, 소 제기 기준 및 실익에 관한 철저한 검증장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표소송 제기는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책위는 기금운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과 무관하게 정치·사회적 이해관계와 여론에 따라 소 제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소송을 남발하게 되면 누가 이사회를 맡으려 하겠냐. 국민연금의 자국 기업 죽이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의 소송은 기업 신용과 주가에도 악영항을 줄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