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지난 10일 쌍용자동차 인수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했다.
양측은 합의 내용에 포함된 '대시보드 및 그릴 개선 협력' 조항을 두고 오랜 기간 입장 차이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향후 이 내용이 쌍용차 경영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12일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는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 쌍용차에서 앞으로 출시될 차량들의 대시보드와 그릴 개선작업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는 본계약 체결 일정이 늦어진 요인 중 하나가 됐다.
결국 양측은 이 사안과 관련된 별도의 업무협약을 체결키로 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에디슨모터스는 본계약 체결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쌍용차의 전기차 및 내연기관차의 내부 인테리어와 그릴 관련 개선 사항을 2022년 판매될 차량에 반영하기로 했다"면서 당장 올해 출시 차종 개발 과정부터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내·외장 디자인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지난해 10월2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인수 이후 기존 내연기관차들도 대시보드와 그릴 등을 바꿔서 쌍용차가 모양은 같은 데도 품질이 달라지고 좋아졌다는 평가를 듣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 회장이 쌍용차 인수작업 초기부터 쌍용차의 내외장 디자인 일부를 고칠 의지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강 회장은 당시 "바디(차체)를 손대려면 금형을 교체해야 돼서 비용이 많이 소요되니 대시보드를 고급스럽게 바꾸고, 그릴을 멋있게 바꾸면 차가 한층 멋지게 될 수 있다"며 "돈을 많이 안 들이고도 잘 팔릴 수 있는 차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자신했다.
쌍용차의 제품 내부디장인의 경우 힘겨운 시기를 지나오며 다소 구형의 이미지로 고착돼 있는 형태다. 이에 다소 투박하다는 지적은 빠지지 않는다. 운전자가 가장 많이 보는 곳이 대시보드인만큼 이 부분읜 변화는 이미지 교체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릴 역시 외부 디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자동차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게 전면 디자인이고, 그릴만 교체해도 전면 디자인이 크게 바뀐다. 외부에 장착되는 플라스틱 부품인 만큼 프레스공정에서의 금형 교체 등 일을 크게 벌이지 않고도 비교적 간단하게 교체가 가능하다.
강 회장이 언급한 대로 '돈 많이 안 들이고 잘 팔리도록'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변화가 대시보드와 그릴의 교체라고 할 수 있다.
쌍용차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와 달리 '규모의 경제'에서 한계가 있어 완전변경(풀체인지)이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과 같은 큰 폭의 모델체인지를 자주 할 수 없다.
지난 2015년 1월 출시된 티볼리의 경우 디자인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미 출시된 지 7년이 지나도록 풀체인지가 없었다. 심지어 앞으로도 당분간 1세대 디자인을 유지해야 한다. 그동안 티볼리 아머, 베리 뉴 티볼리 등을 통해서 보여줬던 것처럼 수시로 일부 디자인을 바꿔 식상함을 완화시켜주는 게 최선이다.
쌍용차 J100 스케치이미지. /사진=쌍용차 제공
코란도는 2019년 2월 4세대 모델이 출시돼 아직 모델체인지 시점은 다가오지 않았으나, 시장에서 디자인적 평가가 좋지 않았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릴과 대시보드 교체는 쌍용차에 있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판매 강화책이 될 수는 있다.
문제는 당장 올해 출시되는 차종에 디자인 변경을 반영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보통 신차 개발에는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신차 출시 직후부터 바로 다음 세대 모델 개념구상에 착수하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은 연식변경 모델도 수개월 전부터 개발을 진행하고 협력사와 부품 수급도 논의해야 한다. 올해 출시되는 모델들도 이미 대부분 개발이 완료됐거나 막바지 단계에 이른 상황이다. 쌍용차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 다 끝내놓은 작업에 변수가 발생하며 난감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의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은 에디슨모터스와의 본계약 당일인 10일부터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연식변경 모델인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은 이보다 앞선 4일 출시했다. 이미 제품 판매가 시작됐으니 디자인에 손을 댈 여지가 없다.
이에 에디슨모터스의 취향이 가미된 모델은 티볼리와 렉스턴, 그리고 내연기관 버전 코란도의 연식변경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개발기간을 감안하면 올해 출시되는 완전신차나 부분변경 모델 개발에 새 대주주가 개입하는 건 비효율적인 일일 것이다"며 "티볼리나 코란도와 같이 판매가 하향세인 모델들은 연식변경 과정에서 그릴 등의 디자인에 새로운 아이디어 적용이 필요해 보이는데, 에디슨모터스의 개입이 어떤 효과를 보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