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새해 초부터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5일과 11일 연속 시험발사한 것과 관련해 새로운 협상카드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사실상 북한 문제를 후순위로 밀어둔 조 바이든 정부가 최근 일본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할 만큼 중국,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무기체계는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양국은 중국, 러시아는 물론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을 위한 공동 연구를 수행하기로 합의했다. 공동성명에서 극초음속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협력에 초점을 맞춘 공동 연구와 개발, 공동 생산과 유지 등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을 맞아 공적 홍보와 성과 강조는 물론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당국이 제시한 국가발전 5개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주민 독려 등 국내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핵탄두를 실어 나를 발사체 다종화를 추진하는 것이므로 결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은 고난도 수준이고 기술 확보 및 개발 비용을 감안할 때 북한이 실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유사한 기술 확보를 통해 새로운 협상 카드를 마련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게임 체인저’로 부상…미중러 경쟁 속 북 가세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이 최근 개발 경쟁을 벌이는 무기 체계이다. 마하 5(음속의 5배·시속 약 6120㎞) 이상 속도로 대기권을 날 수 있고, 수십~수백m 수준의 초저고도 비행과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돼 있는 각국의 기존 미사일방어체계가 극초음속 무기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는 문제가 있다.
'극초음속 무기'는 크게 극초음속 활공체(HGV) 탑재형 미사일과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등 2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HCM은 순항미사일에 스크램제트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서 발사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초저고도로 초음속 비행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 HGV형 극초음속 무기를 전력화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2019년·아방가르드)와 중국(2020년·둥펑(DF)-17)뿐이다.
'아방가르드'는 최대 속도 마하20(시속 약 2만4480㎞)에 최대 사거리 6000㎞, '둥펑-17'은 최대 속도 마하10(시속 약 1만2240㎞)에 최대 사거리 2500㎞로 알려져 있으며, 둘 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도하는 자리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빨간 동그라미)도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22.1.12./사진=연합뉴스
미국은 2022~23년 전력화를 목표로 AGM-183A ‘애로’(ARRW)와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등 2종류의 HGV 탑재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완성에 이르진 못했다.
HGV 또는 MaRV 의견 분분…“마하10 도달 시점으로 평가”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발사체가 과연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 HGV)인지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Maneuverable Reentry Vehicle, MaRV)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28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이후 올해 들어 1월 5일 또다시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한미 군 당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군 당국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발사체를 MaRV로 규정하며, 2017년 한국군이 개발한 현무-2C 수준의 무기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엿새만인 11일 발사체를 재발사했으며 이때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참관해 성공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대해 우리 군당국은 “700㎞ 이상, 최대 고도 60㎞, 최대속도 마하10 내외로 5일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구체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국내 미사일 분야 권위자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12일 “HGV와 MaRV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부재하다. 통상 ICBM 부스터 기반 HGV는 대기권에 재진입해 마하 20 정도에서 활공비행과 다중의 풀업기동 또는 측면기동을 통해 극초음속인 마하 5 이상을 유지하면서 지면에 탄착한다”고 말했다.
이어 “11일 북한이 발사한 HGV의 경우 하강 단계에서 부스터와 HGV의 분리 후에 마하10의 속도를 얻었다면 저고도의 공기마찰을 고려해도 상당 시간(거리)동안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 속도 유지가 가능했으므로 HGV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번 북한의 미사일을 극초음속 활공체로 봐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으며, 이와 관련해 군이 북한의 11일 발사체가 어느 시점에서 마하 10에 도달했는지 발표하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북, 활공체 성능 확인 마무리”…“유사 기술 수준·협상카드 일환”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2.16 김정일 탄생 80주년, 4.15 김일성 탄생 110주년 등 상반기 주요 굵직한 정주년 행사를 앞두고 올해를 빛낼 성과 측면에서 연초부터 바짝 국방부문 무기개발을 통해 성과 올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라면서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5대 과업은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제고, 다탄두 개별유도기술,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군 정찰위성 운용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것이 기존 탄도미사일의 추진체계를 앰플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탄두에 극초음속 활공체를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운반수단인 하단부의 추진체계가 아니라 탄두부인 극초음속 활공체 부분이다. 이번에 활공체의 성능 확인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센터장은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은 고난도 수준이라고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기술 역량으로 볼 때 기술 확보가 쉽지 않고, 개발 비용은 물론 관리 및 유지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이 실제 개발을 목표로 하기보다 유사한 기술을 확보하고,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