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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전동화 대신 별도 플래그십 EV 개발

2022-01-13 12:17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제네시스의 플래그십(최고급) 세단 G90가 최근 출시된 4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네시스는 4세대 G90를 기반으로 한 전동화 모델을 내놓지 않고 별도의 플랫폼을 적용한 플래그십 모델 전기차를 개발할 방침이다.

제네시스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 11일 경기도 용인 제네시스 수지에서 열린 제네시스 G90 언베일링 행사에서 "G90의 전동화 라인업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면서 "세단으로는 초대형의 전동화가 쉬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재훈 제네시스 사장이 G90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네시스 제공



장 사장은 "다른 세그먼트에서 최고급 급으로 전동화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면서 "E-GMP 말고 별도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네시스 G80의 경우 지난해 내연기관 모델 베이스의 전기차 개조 버전인 G80 전동화 모델이 출시된 바 있다. 하지만 G90는 이런 식의 전동화 모델을 내놓지 않고 새로운 이름을 가진 전용 전기차 모델로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와 수소차로만 출시한다는 전동화 비전을 내놓은 상태다. 2030년까지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라인업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같은 전동화 스케줄에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의 풀체인지 주기(5년)를 감안하면 4세대 G90 이후의 풀체인지는 더 이상 없다. 장 사장이 밝힌 대로 전동화 계획도 없다면 G90는 이번에 출시된 모델이 마지막이다.

G90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플래그십 전기차 모델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E-GMP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하부에 배터리팩을 평면으로 배치하고 앞뒤로 휠과 전기모터, 감속기로 구성된 구동부를 장착한 플랫폼으로, 차량에 따라 길이를 늘이거나, 배터리팩을 추가해 용량을 확대하는 게 자유롭다. 현대차그룹 측에서 '어떤 차량에도 호환이 가능한 플랫폼'이라고 자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대형 세단은 예외인 것으로 보인다. 뒷좌석 승차감에 중점을 둬야 하는 쇼퍼드리븐(운전기사를 따로 두고 뒷좌석에 앉는) 세단은 시트포지션이 낮아야 한다. 하지만 바닥에 배터리팩이 깔린 E-GMP를 적용하면 바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출시된 E-GMP 기반 차량인 제네시스 GV60나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는 모두 SUV나 CUV 형태를 갖춰 문제가 없었지만, 초대형 세단인 G90는 상황이 다르다.

G90보다 한 차급 아래인 G80 전동화 모델 역시 E-GMP가 아닌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배터리를 뒷좌석 하부와 트렁크 하부 등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장 사장은 G90의 경우 이런 방식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며 아예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장 사장은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면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 내에서 갖는 위상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내연기관으로 봤을 때 제네시스는 경쟁 3사(벤츠‧BMW‧아우디) 대비 90~95%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면서 "이 부분을 전동화했을 때 어느 부분을 프리미어(최고)로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시장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마켓 프리미어를 더 가져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3세대 수소연료전지 개발 중단 논란과 관련해서도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장 사장은 "제네시스 럭셔리 전동화의 기본 전략은 배터리전기차(BEV)와 수소전기차(FCEV)를 같이 가는 것"이라며 "수소연료전지를 포기한 게 아니고 지금 가진 수소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시스템 개발 목표를 상향시켜 그에 맞는 일정으로 전체적으로 라인업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확장시키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장 사장은 "UAM까지 모빌리티를 연장하는 부분까지 중장기로 보고 있다"면서 "2028년 이후에는 친환경차뿐만 아니라 2D에서 3D로 이어지는 것이 럭셔리 OEM의 방향이고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출시된 제네시스 G90는 자율주행 단계가 기존 레벨 2.5에서 주차보조 및 사물인식 측면에서 조금 더 개선된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4분기에는 자율주행 레벨 3가 장착될 예정이다.

장 사장은 "시장마다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4분기에 G90에 자율주행 3단계를 적용하려고 한다"면서 "규제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고속도로 60km 이하에서 운전자가 실제로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주행 조건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20만대를 돌파한 제네시스는 올해 목표를 10% 이내 성장으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다만 그동안 공을 들였던 미국 시장 외에 유럽, 중국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장 사장은 "올해 제네시스 판매는 21만5000대에서 22만대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작년 프리마케팅과 더불어 스위스, 독일, 영국에 거점을 마련했고, 기자 시승을 병행해서 반응은 좋았다. 유럽은 아무래도 럭셔리 본고장인만큼 가장 중요하고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도 "상하이, 청두 등 4개 지역 브랜드 거점을 구축해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전개하려고 한다"면서 "중국도 기본적으로 고객반응이 중요하고 올해는 유럽과 중국에서 좀 더 약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반도체 부족 이슈와 관련해서는 "상반기까지는 공급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고, 그 외 리스크도 있을 수 있어서 저희 구매부문, 연구소와 같이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반도체 문제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최대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서 시장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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