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신임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아파트 붕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시험대에 올랐다. ‘아이파크’ 이미지·신뢰도 실추에 따른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 대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광주 화정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사고 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14일 HDC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현재 유병규 대표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함께 광주에 체류하면서 실종자 수색·구조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안전 확보 대책 수립 등 사고 수습책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3일 취임한 유병규 대표는 취임사에서 “무엇보다도 안전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실질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스마트 위험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안전한 건설환경 구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열흘도 안 돼 광주에서 신축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유병규 대표는 위기에 직면했다. 해당 건설 현장과 관련한 주요 사항은 유 대표 선임 전에 이뤄졌지만, 유 대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단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2019년에 수주한 현장이다. 유병규 대표는 산업연구원장 출신으로 2018년 HDC그룹에 합류해 2020년부터 HDC그룹 사장을 역임했다. 권순호 전 대표 후임으로 올해 초 하원기 대표와 HDC현대산업개발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사고가 터진 직후 유병규 대표는 현장으로 내려가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리며 전사의 역량을 다해 사고수습과 피해 회복에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지난 3일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제공
사건 수습과 신뢰도 회복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우선이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향후 지역별 하청업체·현장관리 대책과 전사적 안전관리·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이번 사건의 수습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붕괴사고로 6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아직 1명만 발견됐으며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향후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사고가 난 동을 전체 철거하거나 무너진 상층부만 철거하는 방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입주 예정이었던 해당 단지의 입주 시점이 늦어지면 수백억원의 입주지연 보상금에 철거비용, 재시공 비용까지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회사와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 신뢰도 회복도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7개월 만에 대형 사고가 또 터지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 명에서 ‘아이파크’를 빼야 한다는 주장부터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해지, 시공사 교체의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당분간 새로운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실종자 구조와 사고 수습이 최우선 과제다”며 “신뢰도와 이미지 회복 등은 사고 수습 이후에 논의할 문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