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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은행법, 씨티사태 빚었다"…금융노조, 차주보호책·점포유지 촉구

2022-01-14 16:37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부문 단계적 폐지를 선언한 후, 당국과 지난 12일 최종 이용자 보호 계획안을 내놓았다. 은행과 당국이 공동으로 내놓은 계획안에 대해 이 은행 노동조합은 강력 규탄하는 한편, 전국에 산발적으로 있는 고객들을 위해 최소한의 점포는 앞으로도 유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대출자산을 인수하는 은행이 추후 가산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14일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제2의 씨티은행 사태 방지를 위한 은행법 개정 기자회견'을 가졌다. / 사진=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제공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는 14일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제2의 씨티은행 사태 방지를 위한 은행법 개정 기자회견'을 가지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법상 인가대상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한 소매금융 폐지를 '인가대상 아님'으로 결정하고, 인가에 준한다고 한 조치명령 또한 두 달 반 만에 졸속으로 허가해줬다"며 "금융노조는 은행법 개정 투쟁을 통해 씨티은행 방지법인 은행법 55조 개정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은행법 개정 요구는 당국이 씨티은행에 조치명령을 내리게 된 배경에서 기인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27일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를 발표한 씨티은행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9조 제1항에 따라 조치명령을 의결했다. 당시 금융위는 씨티은행이 기업금융을 이어가는 점을 들어 은행법 제55조 상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씨티은행의 주요자산 총액 68조 6000억원 중 소매금융이 30.4%(20조 8000억원), 기업금융이 69.6%(47조 8000억원)로 기업금융이 압도적인 까닭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일부 사업의 정리를 폐업인가대상으로 구분해야 하느냐였다. 당국으로선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폐업인가로 판단할 수 없었다.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시 같은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소법상 조치명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폐업인가 대상으로 볼 실익도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인가대상과 동일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조치명령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런 맹점을 고려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민 의원은 "금융위원회는 은행법상 '해산 또는 은행업의 폐업'의 경우는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소비자 금융 부문만을 매각 또는 철수하는 경우는 인가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을 뒤늦게 내놓았다"며 "법을 매우 편협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금융위원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국이 지난 12일 내놓은 이용자 보호 계획에 대해 "왜 밀실에서 금융위원회와 씨티은행 본사 직원 일부만이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고 인가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은행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제2의 씨티은행사태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당국과 씨티은행 측이 내놓은 이용자 보호 계획안 중 대출자산 매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대출자산을 인수한 은행이 고객을 흡수한 후 가산금리를 인상시킬 것이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 측은 "씨티은행은 신용대출을 연장하더라도 신규 취급 시 정해진 고객 고유의 가산금리(우대금리 적용항목 포함)를 상환될 때까지 인상하지 않았다"며 "(타행은) 대출 만기에 인상된 기준금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가산금리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자산 매각 제휴 대상으로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주요 인터넷은행들이 최근 대출 만기도래 시 가산금리를 1% 내외로 인상했던 만큼, 노조는 토뱅도 자산 매입 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제휴’라는 허울 아래 소중한 고객을 일단 내보내고 보자는 행위는 안 된다"며 "당장은 가계대출 규제 예외의 적용을 받아 타 금융기관으로 이전할 수 있지만, 옮긴 곳에서 연장 시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또 다시 가계대출 규제 예외를 추가로 적용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오는 7월부터 씨티은행 차주의 타행대환(대출 갈아타기)을 허용토록 했다. 대출을 인수하는 은행은 정부 보증에 따라 대출총량규제와 신용대출한도규제에 해당 몫을 반영하지 않는다. 차주는 대출금을 늘리지 않는 조건으로 대출을 이전하면 차주별 DSR규제를 받지 않는다. 

노조는 "가계대출 규제 예외를 적용받아 씨티 신용대출 고객을 데리고 간 은행 입장에서 고객은 가두어둔 물고기인 셈"이라며 "타행들이 처음에는 각종 고객 유치 이벤트를 쏟아내면서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릴 것이지만 일단 유치하고는 만기 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차주들의 안전한 자산 이전을 위해 '가산금리 인상 금지 특약'을 체결하고, 대출규제 예외조치도 향후 5년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업점포 축소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씨티은행의 점진적 폐점을 허용한 상태다. 노조는 연내 폐점을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영업점이 32개인데, 이조차 부족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지역의 경우 인천·수원·서울(동부·서부·남부·북부) 등 최소 6개 이상의 거점 점포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씨티은행이 과거 경기은행과 한미은행을 흡수한 만큼, 수도권 지역고객이 많은 까닭이다. 은행 측은 계획상 2025년 12월 말께 수도권 거점 점포 2개, 지방 점포 7개 이상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2023년 12월까지 현 32개 영업점을 모두 유지할 것'과 '그 이후 수도권 거점점포 6개와 지방점포 7개 등 최소한 13개 이상의 지속적인 영업점 유지'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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