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양강 대선 후보들 간의 네거티브전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 통화녹음 파일과 무속인 선대위 참여 논란을 두고 맹공을 퍼붓는 민주당과 엄호에 나선 국민의힘 간의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6일 저녁 MBC '스트레이트"는 김건희 씨가 '서울의 소리' 전직 기자와 7시간 45분 가량 통화한 내용의 녹취 파일 중 일부를 보도했다. 또, 지난 17일에는 '건진 법사'라 불리는 무속인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업무 전반을 지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장을 낳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일제히 "제2의 최순실", "국정농단 시즌 2"라며 맹공에 나섰다. 현근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그동안 (김 씨가) 캠프에 관여 안 한다는 얘기들이 사실이 아니었다”며 “최순실 기시감이 든다”고 꼬집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을 두고 김 씨가 "안희정이 불쌍하다" "미투는 돈 안 챙겨줘 터지는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인식이 아주 천박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전 지사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 씨도 입장문을 내고 “김건희씨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며 “조롱하는 당신들과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및 증시대동제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재명 대선 후보도 이날 국민의힘 선대본 무속인 논란에 "국정은 누가 심심해서 점 보듯, 운수에 맡겨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핵미사일이 존재하는 이런 나라에서 샤먼이 그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윤석열 후보를 겨냥했다.
민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국민의힘도 윤 후보 엄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더 비열하고 더 악랄한 정치 관음증을 악용해 후보 배우자에게 씻을 수 없는 낙인을 찍어 정권을 도둑질하려는 작태가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공보단장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채널A가 당했던, 함정 보도의 2탄”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도 이날 라디오인터뷰에서 "정치 공작성 녹음이었고, 공중파인 MBC가 보도했는데 이것은 언론의 자유, 공인으로서의 검증,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운, 일종의 저급한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해당 방송을 통해 공개된 아내 김건희 씨의 여러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17일 직접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아내가)사적 대화를 뭐 그렇게 오래 했는지 저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도 김 씨의 선거운동 관여 논란과 관련해서는 "제 처가 선거운동에 많이 관여했다고 한다면 그런 통화를 장시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겠냐"며 해당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또, 아내 김건희 씨의 소개로 발탁된 무속인 출신 인사가 선대본 실세로 활동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그 분이 선대본부 내에서 직책 등을 맡고 있지 않다"면서 "당 관계자의 소개를 받아 인사를 한 적은 있다. 스님으로 알고 있고 무속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윤 후보가 아내 김 씨의 문제성 발언에 더해 선대본 무속인 지휘 논란까지 불거지자, 최근 상승국면으로 돌아선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까 발빠른 대처에 나서면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18일 무속인 논란을 빚은 '선대본부 네트워크 본부'를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간 이후로 네트워크 본부를 해산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보와 관련된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는 부분을 단호하게 차단한다는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도 악의적인 오해와 관련, 특히 후보에게 계속 피해를 줄 수 있는 오해는 계속 제거해나가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50일을 앞두고 여야 양강 후보를 둘러싼 양측의 네거티브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대선 정국을 어지럽히고 있다. 곧,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 파일에 대한 후속 보도가 예정된 가운데, 끌어 내리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들, 그 사이에 자리하는 민심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