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토교통부가 항공 분야 외교력을 제고하고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을 설립한다는 방침을 공식화 했다. 이에 국내 항공학계는 정부가 거대 공공 조직을 출범시켜 감독과 교육·훈련을 모두 맡으려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221호 한국항공아카데미 현판./사진=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19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지난해 12월 30일자 '한국항공아카데미(KAA) 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우수 항공 훈련 체계와 글로벌 역량을 갖추고 항공 외교를 지원할 수 있는 'K-브랜드 항공 전문 교육 기관'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항공 산업 규모가 글로벌 7위인 만큼 이에 걸맞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토부는 기존 항공 훈련을 담당하는 한국공항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교통안전공단의 훈련 인프라를 공동 활용, 운영해 전문 교육의 체계화·전문화·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선 내년 1월 중 김포국제공항이나 인천국제공항에 10여명 규모의 정부 주도 비영리 공익 재단법인 형태로 설립하되, 법인 운영의 책임·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양대 공항공사로부터 출연금을 걷겠다고도 했다.
이에 관한 추진 계획안은 지난해 2월 25일 변창흠 당시 국토부 장관에게까지 보고된 바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과 한국항공아카데미(KAA) 추진계획(안)./자료=독자 제공
이 같은 움직임에 항공 관련 학과를 다수 보유한 대학교들은 국토부 입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국토교통부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대한민국 항공업계 수준에 비례하는 높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건 교육 체계의 문제가 아닌 당국의 형편없는 외교력 탓"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교육·훈련 담당 공공 조직을 흡수해 통합 기관을 신설하는 게 항공 외교 강화 정책 목적과 부합하겠느냐"며 "대선 정국의 어수선한 틈을 타 국토부 퇴직 공무원들의 '인생 이모작'을 도모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양대 공항공사의 인재개발원은 공항 운영을 위한 소속 직원의 전문 지식 함양을 담당하고 있다. 해당 기관들은 첨단 시설·장비 운용 직무 교육을 적절히 제공해 국제적인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가운데 정부 주도로 교육을 실시하면 심판이 선수로 뛰게 되고, 수준이 저하될 경우에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A 대학 관계자는 "중앙 정부 부처 산하 기관의 특성에 적합한 전문 교육은 실무 기관에서 맡아야 현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교육 기관까지 운영하려 들면 지도·감독이라는 기본 방침에 어긋나는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항공 전문가를 위한 교육은 분야별로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양 공항공사는 해외 공항 개발을 위한 컨설팅과 건설·운영 등 수주 활동 지원 목적의 인재개발원을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요국 요구에 맞는 기술 지원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등 맞춤식 연구와 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소재 한국항공대학교 본관./사진=미디어펜 DB
학계는 관련 기관 통폐합을 통해 생겨날 KAA는 현장이 요구하는 전문 인력을 공급하지 못한 채 단순하고 일률적인 부분만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불요불급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B 교수는 "'작은 정부'가 대세인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는 거대 조직 탄생은 각 기관별로 창의적으로 진행하던 연구 활동·능력과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대학을 포함한 각종 항공 교육 기관은 글로벌 기준에 맞게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며 "별도의 조직이 필요 없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계는 국토부의 KAA 설립에 관한 절차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불필요한 오해와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국이 사전에 항공 전문 교육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들과 정책 토론회 등을 통해 합리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비평도 나온다.
C 대학 관계자는 "국토부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KAA 계획안을 강행한다면 항공 교육계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 추진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 "국토부는 대학을 포함한 전문 교육 기관들이 ICAO 표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향후 해외 수출이 가능하도록 후방 지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