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부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목표 설정에 있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EU, 미국 등 선진국에선 탄소중립을 위해 자동차 CO2 규제 상향 움직임이 있으나, 자국 산업 이익을 우선함으로써 협의에 난항을 겪거나 자국 이익 중심으로 규제가 정립되고 있다"면서 "우리도 국익 우선의 규제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AMA에 따르면 당초 EU 집행위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을 위해 주요 환경규제 제, 개정 내용이 포함된 기후변화정책 종합패키지(fit-for-55)를 발표하면서, 자동차 CO2 규제 강화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EU에서는 자동차 생산국과 비생산국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면서 협의과정에서 큰 난항을 겪고 있다.
EU 자동차 CO2 규제 상향 관련 사안은 유럽의회 환경·공중보건·식품안전 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으나, 회원국간 의견대립으로 현재까지 위원회 산하 환경분과 실무협의회만 겨우 세 번 개최됐을 뿐이다.
일부 회원국들은 EU 집행위의 강력한 목표수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자동차 CO2 규제 수준이 EU 전기차 충전소 구축 목표(AFID) 상황과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를 내는 국가들은 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자동차산업 비중이 큰 회원국으로 추정된다.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에 대해서도 국가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자동차 생산국들은 이런 논의는 시기상조이며, 어떤 동력원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기술중립정책에 위배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이 방침은 2026년 중간 점검을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함은 물론 오히려 2039년까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저배출차(Best performing low emission vehicles)도 허용하는 방안이 수송부문의 실질적 배출 저감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일부 고소득 회원국의 경우 전기동력차 보급이 급격 확대되면서 중고 내연기관차 물량이 저소득 회원국으로 급격 유입될 우려도 있어 회원국간 전기동력차 보급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도 작년 8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 50%를 발표한 이후 환경보호청(EPA)은 12월 가장 강력한 자동차 CO2기준 확정안을 발표했다.
다만, 미국은 지난해 9월경 미국산 전기차에만 적용되는 추가 세제혜택을 위한 세법개정안이 하원에서 발의돼 미국업체의 전기차 판매를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번 미국 하원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기차(BEV, PHEV)에 대한 기존 대당 7500달러(약 893만원)의 세금 공제 혜택에 더하여, 노조가 결성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선 4500달러,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엔 500달러의 추가 세금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법안이 확정될 경우 노조가 결성된 미국 빅3(GM, 포드,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가격경쟁력 향상으로 판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강화되는 자동차 CO2 규제 충족에 유리한 입장이 될 전망이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선진국의 2030년 자동차 CO2 규제 강화 움직임을 감안할 경우 우리나라도 목표를 재설정할 전망"이라면서 "목표 재설정시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현실을 감안하여, EU나 미국과 같이 국내산업의 이익을 고려하는 슬기로운 목표 설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