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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걷기] 여의도

2022-01-23 06:33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여의도(汝矣島)는 한강의 하중도(河中島). 북으로는 한강이, 남쪽에는 샛강으로 다른 지역과 분리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양화도, ‘나의주등으로도 불렸는데, 지금의 국회의사당 자리에 있던 양말산이 홍수에 잠길 때도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어서, 사람들이 나의 섬’, ‘너의 섬이라고 말장난처럼 부르던 것이 한자화돼, 여의도란 명칭이 됐다고 한다.

원래 쓸모없는 모래땅 범람원(氾濫原)이었으나, 1916년 일제가 이 곳에 간이비행장을 건설하면서, 이 섬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192212월 한국인 최초 비행사 안창남(安昌男)의 모국 방문 비행도 이 여의도비행장에서 진행됐다.

이후 1968년 서울시에서 제방인 윤중제(輪中堤)를 쌓고 개발사업에 착수, 오늘날 같은 상업·금융 및 주거지구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이 윤중제가 문제였다.

윤중이란 원래 일본 도쿠가와 막부(幕府) , 수도 에도(지금의 도쿄)의 기소강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제방이름이었다. 그런데 해방되고도 한참 후인 1968, 우리가 쌓은 여의도 제방에 그 이름이 그대로 사용됐다.

그 앞 도로도 윤중로였다가 여의서로(汝矣西路)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윤중로라 부른다. 국내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이 길의 흑 역사라 할 만하다.

아무튼 그 길옆으로 국회의사당(國會議事堂)이 옮겨오면서, 여의도는 한국정치의 메카가 됐다. 방송국과 신문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증권거래소(證券去來所)증권타운이 들어선, 우리 증권산업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흔히 잊고 지내는 것이 있다. 여의도는 대단히 아름다운 섬이라는 사실이다. 매일 지나다니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한, 아니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이 곳곳에 널려있다.

여의도 외곽 둘레길을 돌면서, 여의도의 숨은 매력을 재발견해보자.

여의도공원 연못/사진=미디어펜


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이 교차하는 여의도역 3번 출구로 나와 증권타운을 지나면, 대로 건너편에 여의도공원(汝矣島公園)이 보인다. 빌딩 숲 한복판의 고마운 녹지공간이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이곳은 공원도 녹지도 아니었다. 아스팔트만 드넓게 깔린 광장으로, 처음 ‘5·16광장이었다가 여의도광장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해마다 국군의 날이면 군사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지하 벙커도 있다. 국군 퍼레이드 시, 사열대 바로 밑이 벙커였다고 한다. 평소엔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타는 시민들로 붐비고,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는 집회·시위가 잦았다.

옛 비행장도 여기 있었다. 그 상징물로, 해방 직후 대한민국임시정부(大韓民國臨時政府) 요인들이 국내로 돌아올 때 타고 왔던, 미군 수송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그러다 1997년부터 공원화사업을 추진, 19991월 여의도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공원엔 울창한 숲과 연못이 있다. 얼어붙은 연못가에 수양버들이 늘어져 한가롭고, 초가·기와 사각정자가 사람들에게 손짓한다. 언덕 위에는 멋진 팔각정도 보인다. 길 건너 한국수출입은행(韓國輸出入銀行) 등 빌딩들만 없다면, 이 곳이 도심 한 복판이란 사실을 잠시 잊게 한다.

공원 한 구석엔, 세종대왕(世宗大王) 동상이 인자한 미소로 길손들을 맞는다.

동상 주변에는 대왕 때 발명된 해시계인 앙부일귀’, 물시계 자격루’, 측우기(測雨器), ‘혼천의등의 모형이 전시돼 있고, 훈민정음을 포함해 대왕의 주요 업적에 대한 조형물들이 있다.

그 너머로, 하늘을 가릴 듯 울창한 솔숲이 도시민들의 지친 일상을 달래준다.

공원 오른쪽 끝 아담(我談)나와의 대화를 하는 길이란다. 그 길에선 생떽쥐베리의 명작 주인공 어린왕자가 손을 흔든다.

이제 여의도공원을 빠져나와, 여의서로로 접어든다.

이 한적한 도로변 왕벚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들뿐이다. 하지만 4월이 되면 황홀한 벚꽃터널을 이룬다. 야경이 더욱 아름답다. 벚꽃 철이 아닐 때도, 사계절 언제나 걸을 만한 길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대 개신교회인 여의도 순복음교회(順福音敎會)가 웅장하다. 여의도 개발 초기 여기에 자리 잡고, 교세를 폭발적으로 키운 곳이다.

그 교회 앞에서, ‘여의도한강공원으로 내려간다.

쌀쌀한 겨울 오후, 한강변은 한적하고 다소 을씨년스럽다. 공영주차장을 지나면, 바로 서강대교(西江大橋) 남단 밑이다.

다리 밑을 지나니, 길 왼쪽에 책을 세워 펼쳐놓은 듯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1916년 이 곳에 처음 비행장이 조성된 이후, 아트 스미스의 곡예비행과 우리나라 최초 비행사 안창남, 그리고 여성 첫 비행사였던 권기옥(權基玉) 선생 이야기까지, 이 책이 들려준다.

권 선생은 비행사일 뿐 아니라,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은 애국지사다. 공군이 되어 조국독립을 이루겠다며 중국으로 간 선생은 중국 국민당(國民黨) 항공대에 들어가 조종사가 되고, 하늘에서 항일투쟁에 앞장섰다.

한강공원과 여의서로 사이 도보산책로에는 샤이니’, 동방신기(東方神起), ‘인피니트, 한 때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아이돌 그룹들의 이름을 딴, 숲길이 이어진다.

그 위로, 국회의사당 둥근 돔 지붕이 인상적이다.

섬 서쪽 끝 부분에는 요트 선착장(船着場) ‘서울마리나가 있다. 그 옆에 헬기 탑승장도 있다. 요트 같은 해양 레저활동이 많이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서민들엔 그림의 떡이다.

선착장이 굽어보이는 언덕 위 무궁화동산정자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어간다.

얼어붙은 샛강/사진=미디어펜


그 왼쪽 아래는 여의도와 영등포구 당산동을 가르며, 샛강이 흐른다. 최근 한파로 얼어붙었다. 그 옆으로 샛강 생태공원(生態公園)이 길게 이어진다.

우리 일행은 보행교 겸 자전거다리를 건너, 한강 하류 쪽으로 강변을 따라간다.

강변 갈대밭 사이로 당산철교(堂山鐵橋)가 강을 가로지른다. 철교 오른쪽 밑에는 강 위를 달리는 수상택시승강장이 있고, 한강 맞은편은 잠두봉이라고도 불리는, 절두산(切頭山) 천주교 순교성지다.

조선 말 천주교(天主敎) 박해로 수많은 신자들이 목이 잘려 강물에 던져진 곳이다. 그 참혹한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강물은 유유히 흐른다.

여기는 양화한강공원이다.

조선시대 한강 수운의 요지 양화진(楊花鎭) 나루터는 강 건너, 절두산 밑에 있었다. 그 옆에 천주교가 아닌 개신교 선교사(宣敎師)들이 복음을 전하다가 묻힌, ‘외국인선교사 묘원도 있다.

당선철교 우측 아래, 양화한강공원에서 지하철 2·9호선 당산역으로 나갈 수 있는 굴다리가 있고, 강변도로 위를 건너는 공중보행교도 생겼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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