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다음달 5일 제2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출범을 앞두고 신임 이찬희 위원장이 삼성 주요 관계사들에 대한 준법 경영 문화 정착 의지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찬희 위원장은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ESG경영을 2기 준법위의 주요과제로 꼽았다.
26일 이찬희 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소재 법무법인 율촌 렉쳐 홀에서 출입 기자 간담회를 열고 2기 위원회 구성과 향후 일정에 대해 소개했다.
26일 이찬희 신임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법무법인 율촌 렉처 홀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1기 준법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무노조 경영 폐기, 4세 경영 승계 포기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가운데 2기 위원회는 △인권우선경영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ESG중심경영의 확립이라는 원칙 하에서 추진 과제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인권과 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관련된 환경(E)과 사회(S)도 중요하지만 현재 삼성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일 것"이라며 "지배구조개선의 문제는 삼성이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외부 전문가 조언과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경청하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준법위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전반에 대해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그는 "수직적 관계의 지배구조부터 수평적 관계의 지배구조까지 모든 것을 포함해 살펴볼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준법위가 하는 것은 본래의 권한에 맞지 않는다. 단 올바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권고는 준법위에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과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은 준법위 정식 출범 이후가 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아직 임기 시작 전이기도 하고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사전에 이 부회장을 만나지 않았다"며 "취임하면 빠른 시일내에 만나 준법위 활동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7개인 관계사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위원회 구성 인력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7개 관계사에 대한 준법감시 업무가 정착되면 이후에 관계사 확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찬희 신임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출입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산업부 박규빈 기자
이 위원장은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의 인권이 평등하게 보장되는 직장,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경영의 정착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인권이 침해되는 어떠한 위법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견제하겠다"며 "부당한 대외 후원,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등의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한 잣대로 원칙대로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현재 삼성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준법위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다음달 5일 출범하는 2기 위원회 구성원에 대한 소개도 이뤄졌다.
2기 위원회는 남녀 위원의 비율, 연임과 신임 위원의 비율을 동일하게 구성했으며 모든 위원의 발언의 무게가 평등한 위원회를 지향하며 연령 역시 위원장을 기준으로 균등하게 분포되도록 추진했다.
기존 위원 가운데에 김우진 위원과 성인희 위원이 연임을 결정했고 1기 위원 중 보선된 원숙연 위원은 임기 중인 만큼 1기와 2기에 걸쳐 활동하게 됐다.
2기 신임 위원으로는 권익한 변호사, 홍은주 한양 사이버대학 경제금융학과 교수, 윤성혜 전 경기 하남경찰서장이 추천됐다. 26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준법위 7개 관계사 이사회에서 위촉이 의결되면 2기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성 유지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준법위는 삼성으로부터, 삼성은 정치권력을 비롯한 부당한 내외의 압박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과 내부 구성원 모두가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는 삼성으로 환골탈태하겠다. 삼성의 준법경영이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의 롤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고 경영진·내부 구성원 외에도 주주인 국민이 삼성의 실질적 주인으로 대우받는 지배 구조 개선이 이뤄지도록 철저한 준법 감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재계와 법학자들 사이에서는 준법위가 타 제도와 역할이 중복되고, 법률상 존립 근거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관계사들의 협약이라는 형식을 통해 준감위 존재의 적법성·정당성에 대한 근거를 인정받고 있다"며 "최고 경영진에 대한 '워치독' 시스템을 차렸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제2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원들. 왼쪽 상단부터 이찬희 신임 위원장, 권익환 신임 위원, 홍은주 신임 위원, 윤성혜 신임 위원, 원숙연 위원, 김우진 위원, 성인희 위원./사진=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제공
이어 "법원·검찰·경찰 등 권력 기관 개혁에 참여해보니 이를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가 점령군 행세를 하는 부정적인 모습도 봤다"며 "내부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강압적인 방식으로는 삼성을 바꿔나갈 수 없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준법위의 삼성 개혁 시도는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 있어 준법 경영 정착의 시금석이 될 기회다"며 "삼성은 소명 의식을 갖고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2기 준법위는) 수평적 협력 관계에서 관계사들의 준법 감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준법 감시인 내지 준법 지원인, 컴플라이언스 팀 등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며 "시민단체 등 다양한 외부의 의견을 경청하며 대립 아닌 상생 발전하는 결과를 도출해내겠다"고 확언했다.
이 신임 위원장은 "닭이 부화하고자 할 때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은 '줄(啐)',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건 '탁(啄)'"이라며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려면 안팎의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과정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