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대통령 선거를 40여 일 앞둔 가운데, 대선 후보들 모두 항공우주산업을 경상남도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대전시가 불편함을 드러냈다.
우주산업 규모는 2040년 1조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국내 우주산업 수준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아직 초기 단계다. 이에 각 대선 후보들은 우주산업을 집중육성함으로써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항공우주청 경남 설립을 약속하면서, 타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공약을 내걸자, 대전시가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항공우주산업의 컨트럴타워가 될 ‘항공우주청’이 대전으로 와야 한다는 주장을 내면서다.
28일 올해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출마표를 던진 장종태 전 서구청장은 “윤 후보의 ‘항공우주청’ 경남 설치 공약에 대전의 반발이 거세니, 과천에 있던 ‘방위사업청’을 대전으로 이전하겠다고 한다”며 “윤 후보는 ‘항공우주청’ 설립 목적과 그 역할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항공우주청 설립안은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지난해 7월 ‘우주개발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추진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우주개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항공우주청’을 설립해 우주개발 추진체계를 강화하고, 부처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연구성과를 높이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정 전 서구청장은 “윤 후보는 경남에 항공우주 관련 제조·생산업체들이 많아, ‘항공우주청’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항공우주청’의 설립 목적, 그리고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와 청이 왜 세종과 대전에 있는지 이해하지 못해 나온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24일 “대전에는 우주산업 관련 R&D(연구개발) 핵심기반과 이에 필요한 실증화시설, 관련기업 등이 모여 있다”며 “정부방침도 부처급은 세종으로, 청 단위 기관은 대전으로 분리하겠다는 것으로 ‘우주청’ 입지는 대전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산업생산지역에 관련 청을 두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떤 정부정책에 기조를 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허 시장은 “대전은 우주국방 혁신클러스터 조성 등 향후 우주관련 특화사업을 성공시킬 최적지”라며 “‘우주청’은 반드시 대전에 설립돼야 함을 각 당과 정부에 정확히 건의하고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시의원들이 지난 18일 시의회 북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항공우주청 경남 설립 공약 즉각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러나 이에 대해 한 지역 정가 인사는 “경남이냐, 대전이냐의 문제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명칭’에 있다”면서 “‘항공우주청’이 되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주무부처가 될 것이고, ‘우주청’이 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관할하에 놓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허 시장은 대덕특구 등 과기정통부와 연계가 많은 대전시의 특성상 ‘우주청’이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것이고, 경남은 항공산업이 발달된 만큼 ‘항공우주청’이라는 명칭을 사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대선 후보를 비롯한 일부 정치가들이 이 본질을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명칭을 구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항공우주청’으로 명칭이 결정된다면 대전 유치는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한편 대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카이스트(KAIST)를 비롯해 민간 국방관련 기업까지 40개가 넘는 항공우주산업 기관·기업이 집적돼 있으며, 경남에는 한공산업 분야 전국 사업체의 약 60%가 집중돼 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