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증가 등에 힘입어 2차전지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SKC가 동박 수익성 향상을 노리고 있다. 배터리 음극에 들어가는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으로, 용해·제박·슬리팅 등의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유럽·북미 플랜트에서 사용하는 동박은 지난해 5만8000톤에서 2025년 30만9000톤으로 급증할 전망으로, 이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SKC의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C의 투자사 SK넥실리스는 삼성SDI과 중국 CATL 및 일본 파나소닉 등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정읍 5공장을 가동하는 등 국내외 생산력도 끌어올리고 있다. 6공장까지 가동될 경우 생산력은 5만2000톤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도 총 연산 5만톤 규모의 1·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내년 3분기를 전후해 상업화에 돌입할 예정으로, 폴란드와 미국에서도 각각 5만톤 규모의 설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첫번째 해외 생산거점을 말레이로 선택한 것은 △국내의 절반 수준인 전기요금 △가스·용수를 비롯한 인프라 △확보 가능한 부지 등에서 강점을 보였기 때문으로, 수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충당하기 쉽다는 점도 거론됐다. 특히 코타키나발루는 인근 항구와 공항을 통한 수출도 용이한 것으로 평가된다.
폴란드는 글로벌 완성차·배터리업체가 밀집하는 등 접근성이 좋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혔다. SKC는 유럽 생산력을 10만톤 수준으로 늘리는 등 2025년 국내외에서 25만톤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으로,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금융지원도 받고 있다.
타이트한 수급에 힘입어 내년 동박 매출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 1월 동박 수출 가격은 톤당 1만6348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인상되는 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니켈 등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출력과 연비 등 전기차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얇은 동박이 필요한데 SK넥실리스는 6㎛ 뿐만 아니라 4~5㎛(머리카락 30분의 1두께 수준)의 제품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가 생산 중인 전지용 동박/사진=SKC
SKC는 SJL파트너스·BNW인베스트먼트·키움PE와 컨소시엄을 구성, 영국 실리콘 음극재 업체 넥세온에 8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 충전속도·전기차 주행거리 개선을 돕는 차세대 소재로, 시장규모도 2025년 29억달러·2030년 14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넥세온은 성능과 가격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고, 주요 특허도 다수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은 올해 안으로 양산을 맡을 사업운영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으로,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C는 저함량(실리콘 함량 15% 이내)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이후 넥세온과 고함량(15% 이상) 제품 사업화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SK넥실리스와 함께 실리콘 음극재의 부피 팽창을 견디는 고강도·고연신 동박 기술을 활용, 실리콘 음극재 비중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폴란드 공장의 경우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을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글로벌 주요 고객사들의 니즈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말레이시아 공장을 필두로 해외 생산거점에서도 스마트팩토리 수준의 자동화 시설을 도입하는 등 경쟁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